순천기적의 도서관, 순천시립도서관
<이 글은 2025년 7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올여름도 만만치 않습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아이들은 집에 있어도 밤잠을 설치고 낮에 나가 놀기엔 더더욱 힘든 시기입니다.
예전엔 해가 지면 바람이 좀 불곤 했지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이제 들어와!" 하고 엄마들이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이 밖에 잠깐만 있어도 금세 젖은 티셔츠, 벌겋게 달아오른 볼, 스스로 먼저 "너무 더워" 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집으로만 향하는 건 아닙니다. 요즘 아이들의 새로운 피서지는 바로 도서관입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도서관은, 어른들에겐 학습 공간이지만 아이들에겐 그저 "더운 날 숨 쉴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동네 도서관에 가보면 참 다양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책을 읽는 아이들도 있지만 스마트폰에 집중한 아이들, 심지어 책장 사이를 뛰어다니며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들도 보입니다.
책상 아래에 몸을 숨기고, 주변 책 읽는 사람들의 눈치를 피해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속이 좀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아이들 역시 '더위를 피할 곳'을 찾아온 것 뿐입니다. 밖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고, 어디 갈 곳도 마땅치 않으니까요.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책은 가을에 읽는 거라고요. 선선한 바람에 차 한 잔 두고, 창가에서 책을 읽는 모습. 그게 이상적인 독서의 계절일지 모르지만, 저는 지금 같은 여름, 찌는 듯한 폭염 속 독서가 더 현실적이고 더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밖에서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 힘든 시기이고, 그렇기에 책이라는 또 다른 세계로 뛰어들 수 있는 최적의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없을 만큼 더운 날, 그 더위를 피하는 곳에서 단순히 스마트폰 시간이 아니라 한 권의 책, 하나의 이야기, 낯선 세계와의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지역 곳곳에 도서관이 정말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전라남도 순천의 경우만 해도 집 가까운 거리에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고, 조금만 나가면 규모가 큰 시립 도서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아이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책을 읽는 것뿐 아니라 '어린이 사서' '기적을 그리는 화가' 등 아이들을 위한 창의적인 프로그램이 꾸준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린이 사서' 프로그램은 매년 신청자를 모집해 진행되는데요. 사서 직업 체험을 비롯해 책과 친해지는 활동, 도서관 탐방, 다양한 창작과 발표 활동으로 구성되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됩니다.
도서관 안에는 작은 전시 공간인 '기적을 꿈꾸는 전시실'도 마련돼 있습니다. '기적을 꿈꾸는 화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작품이 이 전시실에 전시되는데,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작은 감동을 전해줍니다.
이처럼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책을 통해 놀고 머무는 장소, 책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반면, 순천시립도서관은 규모도 크고, 자료도 훨씬 다양하며 연령 층도 폭넓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찾는 공간으로,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 강연, 북토크, 진로 탐색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활동이 활발하게 열립니다.
무엇보다 순천시립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지역민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작은 지역 사회의 문화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도서관마다 특색이 있어 "오늘은 어디 도서관에 가볼까?" 하며 도서관 나들이도 가능합니다. 도서관은 에어컨 바람만 나오는 피서지가 아니라, 아이에게 책을 읽고, 생각하고, 잠시라도 머물며 쉬어갈 수 있는 장소입니다.
더위는 매년 오고, 아이들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고, 책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올여름, 아이가 도서관에서 한 세계를 읽고 나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어쩌면 가장 멋진 피서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