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민이 되었다는 기쁨, 민생회복지원금으로 다시 느끼다
뉴스와 SNS에서 순천시가 시민들에게 1인당 2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을 처음 보았을 때, 잠시 믿기지 않았다.
이번 지원금은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의 생활안정을 돕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2025년 11월 7일 기준 순천시에 주민등록 주소를 둔 시민 모두에게 1인당 20만 원씩 지급되고 있다. 지원금은 100% 순천시 자체재원으로 확보됐으며, 순천만국가정원을 비롯한 관광수입 증가 등이 뒷받침되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4인, 총 8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신청 첫날인 지난 8일, SNS는 이미 상품권을 받은 시민들의 인증샷으로 가득했다.
"순천시가 12월의 산타다!"
"연말 선물 받았다!"
나도 얼른 받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난 9일, 출생연도 끝자리가 해당되는 날이라 아침 일찍 주민센터로 향했다. 평소라면 한산할 거리인데, 이날만큼은 달랐다. 주민센터로 들어오는 사람도, 나오는 사람도 모두 웃음이 가득했다.
"나 받았어! 받았다니까!"
누군가에게 자랑하듯 전화통화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또 어떤 시민은 지류 상품권을 한 장 한 장 세며 흐뭇해 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아, 진짜 받는구나. 나도 얼른 들어가서 받고 싶다'는 설렘이 밀려왔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깜짝 놀랐다. 이미 80명 넘는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대기 중이었다. "일찍 와야겠다" 싶어 오전 9시에 갔는데도 이미 8시대부터 줄이 이어졌던 것이다. 대기실에도 사람들이 가득했고, 복도와 창구 앞까지 줄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모두가 들뜬 표정이었다. 주민센터 전체가 잔잔한 축제를 연 듯한 분위기였다. 약 한 시간 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두툼한 상품권을 건네받는 순간 나까지도 절로 웃음이 터졌다. 상품권을 받은 뒤 가장 먼저 간 곳은 미용실이었다. 몇 달 동안 미뤄두었던 흰머리 염색부터 하고 싶었다. 염색을 기다리던 중,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상품권도 되나요?"
"그럼요! 오늘 받으셨어요?"
"응, 방금!"
할머니의 환한 웃음이 미용실 안을 밝게 채웠다. 염색을 마치고 상품권으로 계산하는 순간, 꽉 조여 있던 일상의 끈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미용실을 나와 바로 옆 빵집에 들렸다. 문 앞에 붙은 '순천사랑상품권 가맹점' 스티커가 반갑게 보였다. 평소라면 조금 망설였을 텐데, 이 날은 고민 없이 들어가 따끈한 빵 몇 개를 골랐다. 결제하고 상품권을 내밀자, 사장님이 미소 지으며 거스름돈을 챙겨주었다. 나도 그 미소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번졌다. 작은 가게에서 오가는 이런 따뜻한 공기가, 이날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오후엔 아이 머리를 다듬으러 다시 미용실에 들렀다. 아침보다 더 북적였다. 손님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오갔다.
"오늘은 다들 상품권 들고 오네~"
그 말에 모두가 웃음이 터졌다. 하루 종일 마을 전체가 잔잔한 축제를 여는 듯한 분위기였다.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는 시기엔 사소한 사치부터 줄이게 된다. 머리 염색, 외식, 아이 간식, 입고 싶었던 옷… 하지만 이번 지원금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나도 좀 가꿔볼까?" "아이 머리도 예쁘게 다듬어줘야지"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지원금이 현금이 아닌 지역 상품권이어서 자연스럽게 동네 가게들을 이용하게 되고, 그 소비가 다시 지역경제로 돌아간다는 점도 좋았다.
▲순천만국가정원이번 지원금이 가능했던 가장 큰 배경은 ‘순천만 국가정원’의 흥행이다. ⓒ 이효진
이번 지원금이 가능했던 가장 큰 배경은 '순천만 국가정원'의 흥행이다. 올해 순천만국가정원을 찾은 관람객은 400만 명을 돌파했다. 정원으로 벌어들인 수익만도 100억 원이 넘는다. 이 수익은 지역 식당, 숙박업소, 소상공인 업종까지 이어지며 지역 경제 전반을 살리는 '정원 경제'를 형성했다.
순천시는 국가정원을 통해 마련된 여유 재원을 기반으로 모든 시민에게 1인당 20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지원금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정원에서 발생한 수익 일부가 다시 시민들에게 환원된 셈이다.
예전에는 "순천이요" 하면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요?" 혹은 "춘천가는 기차... 춘천요?" 하고 묻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반응을 보여주신다. "좋은곳에 사시네요." 그 변화의 중심에는 국가정원이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방문객, 100억 원이 넘는 수익 , 그리고 그 수익이 다시 시민에게 돌아가는 구조. 이번 민생회복지원금은 그 순환의 가장 따뜻한 결과물이다.
나는 집이 국가정원과 가까워 '우리 집 앞 정원'처럼 이용한다. 계절마다 변하는 정원을 보면 마음이 설레고 차분해지기도 한다. 도심 안에 이런 정원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삶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힘이 된다.
이번 민생회복 지원금 덕분에, 나는 다시 한 번 '도시가 시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방식'을 경험했다. 순천이라는 도시, 국가정원이 주는 여유, 그리고 순천시가 보여준 환원 정책까지. 이 모든 것이 12월의 선물처럼 느껴졌다.
이번 민생회복지원금은 2025년 12월 8일~ 12월 26일까지 신청가능하며, 지급받은 상품권은 늦어도 2026년 2월 28일까지 사용해야 한다. 이제 남은 상품권으로는 겨울 옷들도 사보고, 아이들과 외식도 해보고, 나 자신도 예쁘게 가꿔볼 생각이다.
올해 순천의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고, 기분 좋은 계절이 될 것 같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