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통 앞에서 시민이 되었다
처음 순천에 정착했을 때, 우리 가족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아파트에 살 때는 몰랐다. 음식물 쓰레기는 늘 정해진 곳에 버리면 됐고, 관리는 이미 누군가의 일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2025년 4월, 상가 주택으로 이사를 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의외로 음식물 쓰레기였다.
"이건… 어디다 버려야 하지?"
제주도에 살 때는 클린하우스가 있었다.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음식물 쓰레기 전용 수거함이 있었고, 카드를 찍으면 비용이 차감되는 방식이었다. 냄새를 오래 품고 집 안에 둘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순천에는 클린하우스가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정보는 친절하지 않았고, 쓰레기 분리 배출의 경우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비닐은 비닐대로 각각 분리해 집 앞에 내놓는 방식이라는 걸 직접 부딪히며 알게 됐다.
음식물 쓰레기는 더 복잡했다. 전용 통을 따로 사야 했고, 그 통에 끼우는 칩도 별도로 구입해야 했다.
용기 크기는 3리터, 6리터, 10리터, 20리터, 60리터, 120리터까지 다양했다. 나는 6리터 전용 용기를 골랐다. 용기 크기마다 칩 가격도 달랐는데, 6리터 용기의 경우 칩 하나 가격은 210원이었다. 그 칩 하나가 우리집 음식물 쓰레기를 한 번 배출하는 비용이었다.
▲순천시 음식물 쓰레기 용기음식물 쓰레기 전용 용기에 칩을 꽂고 배출해야 한다. ⓒ 이효진
알고 보니 순천 지역은 2008년부터 이런 칩 제도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오고 있다고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용기에 맞는 칩을 돈을 주고 사서 사용해야 하는 방식이다. 취지는 이해가 갔다. 다만 생활 속에서는 쉽지 않았다.
지난여름의 일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았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수거가 되지 않았다. 여름이라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결국 전화를 했다. 잠시 뒤 음식물 수거 담당 기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 제가 놓쳤습니다. 다른 쓰레기들 사이에 섞여 있어서 못 봤어요."
일반 생활 쓰레기는 시청이 수거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별도의 수거 업체가 맡는 구조였다. 그런데 며칠 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왜 수거가 안 되느냐고 전화를 했고, 이후 기사님이 다시 연락을 주셨다.
"죄송합니다. 또 놓쳤네요. 쓰레기들 사이에 파묻혀서 보이지 않았어요."
"저도 그럴까 봐 가장 바깥쪽에 놓긴 하는데, 밤사이 다른 분들이 쓰레기를 더 내놓으신 것 같아요."
그날 우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기사님 눈에 잘 띄는, 우리 집만의 자리를 정하자고.
쓰레기들이 몰리는 장소가 아니라 조금 떨어진, 눈에 잘 보이는 곳. 그 자리를 정한 뒤로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는 늘 같은 곳에 놓였다. 그 이후로 수거 기사님에게 전화를 할 일은 없어졌다. 그 과정에서 기사님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다 보니 가끔 놓칠 때도 있어요. 회사에 연락하지 마시고 그냥 저한테 전화 주세요."
"물론이죠. 그럴 수 있죠."
나는 기사님 번호를 저장했다. 그렇게 내 휴대전화 연락처에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기사님' 번호가 하나 추가됐다.
시스템보다 사람이 먼저였고, 민원보다 관계가 먼저였다.
지금도 가끔 통화를 한다.
"아직 수거가 안 돼서 혹시 또 놓치신 건가 해서요."
"아니에요. 오늘은 양이 많아서 조금 늦어지고 있어요."
순천시민이 된다는 건 단순히 주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이런 생활의 규칙을 하나씩 몸으로 배우는 일이라는 걸 음식물 쓰레기통 하나로 알게 됐다.
지금은 겨울이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그리 힘들지는 않다. 그래도 때때로 쌓이는 음식물을 정해진 요일, 월·수·금에 맞춰 버려야 한다는 건 여전히 조금 불편하다.
제주에서 이사 와서인지, 제주의 클린하우스 제도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쾌적하고 편리한 정책이었는지를 이곳에서 새삼 느낀다.
내가 사랑해서 정착한 이곳 순천에서도 시민들의 삶 속에서 조금 더 쾌적하고, 조금 덜 번거로운 방식이 함께 고민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