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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29. 2016

최악의 출근길 운전하는 여자

제주에 사는 여자, 네마음을 보여줘~!

여자에게 출근하는 아침은 가장 정신이 없어요.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여-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날 걸~    


늘 늦게 일어난 자신을 탓해볼 뿐이에요. 일찍 일찍 다닐 수 없느냐는 상사의 말이 여간 신경이 쓰인 이 여자. 제발 지각만은 참아줘야 해요. 다행히 어젯밤 입고 갈 옷은 코디를 해둔 상태라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문제는 화장이에요. 화장할 시간이 없어요. 거기다 시력이 나쁜 이 여자는 렌즈까지 껴야 해요. 콘택즈렌즈며 화장품 케이스며 가방에다 챙겨 담아 일단 차를 타요.  

   

여- 지각은 지각이고 초라한 외모로 사람들 앞에 나설 수는 없다고!

   

결국 여자는 화장하는 시간을 단축시키기로 해요. 신호가 걸리는 틈을 이용해 렌즈를 끼고 마스카라며 립스틱도 발라야만 해요. 그런데 웬걸~~ 오늘 따라 신호가 팡팡팡... 잘도 터지는 게 화장할 틈이 생기지가 않아요. 아슬아슬 운전을 하며 그래도 눈치를 보며 화장을 해요. 그런데 이런 된장~~~~~~~ 마스카라를 바르다 그만 팬더곰이 되고 말았어요. 까맣게 눈가가 번져버렸고 여잔 뒤적뒤적 화장품 케이스 안에 면봉을 찾아 화장을 수정해요.    

화장도 대충 끝냈으니 여잔 이제 쌩쌩~ 달릴 일만 남았대요. 그런데 간장~~ 신호등이 내 맘과 같아주면 좋으련만... 어째서 늘 나와는 다른 맘인가 몰라요. 신호야 멈춰라~ 멈춰라~주문할 땐 팡팡팡~~ 터지기 바쁘고 신호야 터져라 터져라~~ 노래를 부를 땐 빨간색으로 멈춰있고 아주 마음이 급한 조마조마한 출근길이에요.    

부리부리 상사의 매서운 모습을 떠올리니 여자는 급해졌어요. 더 이상 요조숙녀가 아니에요.     


여- 쌩쌩~~~ 달려준다!!!!    


급해진 여자... 달라져도 이렇게 달라질 수가 없어요.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 식이에요. 절대 옆 뒤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정면만을 주시하고 쭈욱~~~~~~~~~~ 가는 거야. 모험을 감행해보기도 해요. 위험천만한 게 다른 차 앞으로 휘~ 끼어들기도 하고 신호가 떨어질 주황색 불에도 아슬아슬하게 앞으로 휙하니 잘도 지나가요.  

  

여- 아무리 시간이 돈이라지만 어쩌면 저렇게 위험운전을 하실까?    


늘 이렇게 얘기하고 다녔던 여자였거늘 하지만 그 위험운전을 지가 하고 있어요. 바쁘다 시간 없다 외치며 위험운전까지 해대는 이 여자... 그래도 할 건 다 해요. 할 건 다 한대요.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낭만 소녀로 변신!!!

출근길 연삼로변에 벚꽃이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뜨렸어요.


여- 와~~ 예쁘다.    


사진기를 꺼내 들고 찰칵! 찰칵! 사진도 찍어대고 바쁘다 말하며 이런저런 여유는 어디서 생기나 몰라요. 책 속 인물, 빨간 머리 앤처럼 여자도 벚꽃 터널을 지나며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에 빠져들어요. 친구들과의 주말 계획을 세우기도 해요. 그런데 아까부터 눈이 따끔따끔 앞이 뿌연 게... 뭔가가 이상해요. 왜 이럴까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어요. 일단~은 출근길이 급하니 원인 파악은 나중에 사무실에 가서 하기로 해요.   

 

연삼로를 빠져나와 급하게 신제주 로터리를 달리는데 이런 쌈장~~ 이렇게 바쁜 와중에 접촉사고가 났어요. 보험회사를 부르고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가는데 이럴 땐 꼭 남자친구가 생각난대요. 사고 순간이면 어디선가 나타나 문제 해결 다 해주던 남자친구였거든요. 그뿐이게요? 눈 오는 날엔 운전이 서툰 여자를 위해 항상 여자의 집 앞에서 기다려 출근을 시켜 주었던 옛 남자친구!!!    


여- 절대 떠난 남자 생각 마라~~~ 현재를 즐기자고!!!    


현재를 즐기기엔 문제가 너무 커졌어요. 20분 지각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어요.    

일단 살금살금 화장실로 기어들어가는 여자! 부리부리 상사에게 뭐라 변명할지 고민 고민하며 뿌옇고 팍팍한 눈의 상태를 점검해보는데 이런 환장~~~~~~` 세상에 세상에나 내 눈 안에 콘텍즈 렌즈 두 개를 겹쳐 끼웠으니....    


여- 늦게 이러 난 게 죄지...    


늦잠 잔 자신을 탓해볼 뿐이에요.    


사무실에선 지각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야단법석 난리부르스가 펼쳐지고 짜증 지대로~ 최악의 기분이에요.     


여- 부장님.... 앞으로 절대... 절대... 지각 안 할게요. 잘하겠습니다.    


역시나 똑같은 멘트로 수습하고 책상 위에 앉아 업무를 시작해요. 출근길 접촉사고며 듣기 싫은 상사의 잔소리~~ 거기다 짝짝이로 그려 넣은 눈썹 화장하며 겹쳐 끼운 콘택츠 렌즈...  여자에게 아침이 요란하고 사납고 변화무쌍한 게 딱 요즘의 기분 나쁜 3월 날씨라지만 그래도 여자는 미소 지어요. 사진 안에 벚꽃사진을 바라보며... 화사한 봄의 향기가 전하는 엔돌핀을 받아 즐겁게 일하는 여자예요.    


지금까지 최악의 출근길 운전하는 여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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