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떤 선 위에 웅크려 앉아 있다
선 왼쪽 세상 ㅣ
하늘에는 일상의 찌든 해가 떠오르고
시커먼 그림자가 나에게 다가와 '현실'이라는 퍼즐판을 내밀며 명령한다.
-7시까지 정확히 맞춰서 제출하도록!
옆의 사람도, 옆의 옆의 사람도, 옆의 옆의 옆 사람도 '현실'이라는 퍼즐판을 들고서 각기 자신의 업무에 바쁘다.
틀의 모양 그대로, 틀이 요구하는 모습 그대로 조각들은 틀 속으로 박혀 들어가고
ㅣ 선 오른쪽 세상
선 오른쪽 세상으로 들어온 나는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씨앗을 사방에 흩날린다.
나무가 서서히 자라기 시작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어떤 인간적인 감성의 물을 뿌리자
나무에 사랑의 열매가 하나 둘 열리고
사람들은 '이상'이라는 햇살을 받으며 저마다 열매를 따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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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에서 양쪽 세상을 들여다보며 웅크려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