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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Apr 22. 2016

제3장 어떤집을 지어줄까?

땅은 샀고, 이제 우리 집을 설계해야 한다. 남편이 나에게 묻는다. 

“여보.... 당신은 어떤 집을 원해? 어떤 집을 지어줄까?”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음.... 나는 까페같은 집”    


사실 결혼전 난 까페족이었다. 주로 까페를 찾아다니며 원고를 쓰고, 친구들과도 만나면 커피숍에서 1차부터 2차 3차 4차까지 커피숍 투어를 다닐 정도의  일명 까페투어족!!!

남편과 연애시절에도 우린 내덕에(?) 자주 까페투어를 다니곤 했었다. 사실 그래서 남편도 생각했었단다. 어차피 우린 돈가스 가게를 차릴 예정인데... 그 돈가스 가게를 까페처럼 만들 계획이라고!!! 돈가스 까페를 만들자고 말이다. 또한 우리가 마련한 땅1층은 가게 2층은 살림집, 혹은 한 채는 가게, 한 채는 주택으로 활용이 충분히 가능한 땅이었지만, 아직은 아이들도 어려서... 나 또한 아이 육아를 함에 있어 원고 작업을 할 때는 종종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일터인 가게와 생활하는 주택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그렇게 우린 집 한 채 안에 크게 가게란 공간과 주택이란 공간-이렇게 둘로 분리해- 두 공간 사이 자유롭게 오가는 벽이 아닌 문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종종 찾아온 손님이 갑자기 내가 문을 드르륵하고 열면, 벽이 아닌 문이였다며 신기해하곤 한다.)    

완성된 돈가스 까페


가게와 주택을 자유롭게 오가는 '비밀의 문'


“그런데.... 여보... 당신이 원하는 집도 있지 않아? 당신은 어떤집을 원해?”


남편이 꿈꾸는 집은 어떤집일지 궁금한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그리고 남편은 말했다.   

  

“난..... 우리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집!!!!”    


아이들과의 추억을 쌓기 위해 남편은 집을 복층으로 짓겠단다. 어렸을적부터 꿈꿔왔던 집이라나? 집안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싶고... 보물찾기도 하고 싶단다.    


그렇게 우선 1차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추구하는 집에 대한 기본 방향이 잡혔다.

추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집

꿈꿀 수 있는 집

아이들과 어울려 꿈을 키우며

더불어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집

여백이 있는 집    



그리고 2차적인 고민에 빠졌다. 정말 구체적으로 어떤 자재로 집을 지을 것이냐에 대한 고민!

요즘은 집을 지을 수 있는 자재들이 예전과 다르게 정말 다양해졌다.

목조주택, 조립식주택, 콘테이너주택, 깡통주택 등등...

하지만 나는 남편에게 아주 강력하게 말했다. 당연히 콘크리트 주택으로 지어야 한다고!    


“당신.... 돼지삼형제 이솝우화 몰라?

늑대가 쳐들어 왔을 때 어떻게 됐어? 이게 그냥 나온 우화가 아니라니까~”    


난 무조건 튼한 벽돌로 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제주는 바람이 강한 곳이라 강한 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남편은 내 뜻에 따라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가며 집을 지었다. 하지 초보로서 그것도 혼자서 해내기에는 아주 벅찬 일이였다고 한다. 벽돌 쌓기의 경우 너무 힘들어서 하루에 세줄 이상 쌓지 못했으니까....벽돌쌓기 공정이 진행됐을 땐 매일 매일 내게 힘들다 투정 부리는 일이 많았고, 쌓다 쌓다 힘에 버거워진 남편이 내게 제안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며...그렇게 마지막은 조립식으로 마무리가 됐다.     




결국 우리집은 조립식도 아니고 벽돌집도 아닌.... 둘을 접목 시킨 집!!!!

하지만 나름 내진설계가 된 집이라고 할까?    


철근 기둥을 벽돌로 감싸서 이중으로 튼튼하게 하다보니 나름 내진설계가 된 집이 되었다. 비록 금액과 시간이 많이 들긴 했지만.

보통 업체에 맡기면 자재를 덜 쓰거나, 싼 자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혼자 짓는만큼 인건비가 덜 드니 대신 자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내 가족의 보금자리이기에 무조건 안전하게!!!     


자재 얘길 하다보니 잠시 얘기가 왔다 갔다 한 듯 싶은데... 계속해서 설계에 대한 얘길 해 나가겠다.     


남편이 직접 집을 짓다보니 설계도 남편이 직접 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설계는 많은 전문지식을 요하는 부분이라 직접 하지는 못했다. 대신 남편은 설계사를 자주 여러차례 만나며 대화를 나눴다. 설계사를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도 참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남편은 처음 집을 짓는 그야말로 왕초보였기에!!! 초보자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좋은사람을 만나야 한다. 다행히 우린 좋은 설계사를 만났다. 그리고 설계가 나오기까지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생긴다. 한달이 길다면 긴 기간일지 몰라도 이 기간 동안에도 바쁘게 챙겨야 할 일이 많다.

각종 공구며 기초공사 들어갈 자재들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자재를 대여해주는 곳들도 있으니 무조건 발품을 팔아가며 알아보는게 훨씬 경제적이다. 이렇듯 필요한 자재 준비를 해나가다보면 금세 한달이란 기간도 사라져버린다. 또한 그 기간동안 남편은 매일같이 머릿속으로 백번씩 집을 지었다고 한다. 밥을 먹으면서도 심지어 꿈 속에서도 매일 매일 집을 짓고 부수고, 짓고 부수고를 되풀이 했다.     


설계가 나오기까지... 또 무슨일을 해야 할까?

“토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토지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제4장에서 다음편이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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