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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y 19. 2016

제4장 비나이다. 이 집에 행복을 내려 주소서

설계가 나오기까지... 또 무슨 일을 해야 할까?

“토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토지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흔히들 제주를 가리켜 신들의 섬이라 부른다.

바람의 신 영등신, 부엌의 신 조왕신 등 제주에는 정말 많은 신들이 존재한다. 도대체 얼마나? 1만 8000 신들이 살아있는 땅이라 하니... 내가 사는 제주의 삶 구석구석 안에 정말 많은 신(神)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얘기다. 간혹 제주 곳곳을 둘러보면 여전히 신들을 모시는 여러 풍습들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신들이 자리를 비우는 시기인, 신구간(神舊間)이라는 이사 풍습, 마을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제 등 요즘은 많이 사라져가는 풍습들이라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와 풍습이라 할 수 있다.


우린 제주의 1만 8000 신들 중에 땅의 신, 토신(土神)을 위한 제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르신들 말씀이 “토신제(土神祭)”를 지내야 한단다. 땅에게 먼저 집을 짓는 걸 허락해 달라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젊은 세대(?)여서일까? 처음에는 에이~ 미신인데 귀찮게 그런 거 할 필요 있어 싶었는데, 혹시나 싶은 게 우리도 토신에게 이 땅에서 집을 짓는걸 허락해 주십사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그렇게 날짜를 잡고.... 새벽 5시 토신제가 시작됐다.     


측량을 통해 확인한 우리 땅 구역 안에서... 이곳 토신에게 집짓기 공사를 시작하겠노라고 허락을 구했다. 내 땅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측량이란 절차가 필요한데, 2~3시간이면 금방 끝이 난다. 내 땅에 대한 경계점에 보통 빨간 말뚝을 박거나, 박을 수 없는 곳은 빨간 스프레이로 X자 표시를 한다.  

시청에 문의해서 측량 신청

   


우리의 터전 토신에게.... 공사가 조용히 잘 끝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공사기간 동안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집 잘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또한 우리 가족이 이 안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2~30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의 마음을 담아 토신에게 간곡하게 무탈 행복을 기원했다.         

“우리 여기서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충성!!!! ”


그렇게 땅의 신, 토신에게 신고식을 치르고

드디어 첫 삽을 뜨고 본격적으로 우리의 드림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    

터파기와 다지기

가장 먼저 할 일은 기초공사로 터파기와 다지기.

포크레인을 불러서 집 지을 터를 잡아 파고, 주변 땅을 두드려 다지는 작업을 말한다.

땅을 탁탁 눌러서 딱딱하게 하는 기초 작업이다.    

공동 정화시설이 없어서 오수 합병 정화조 설치

기초작업과 함께 정화조도 설치를 해야 하는데, 우린 공용 하수시설이 없어서 오수 합병정화조를 설치했다. 정화조는 몇 톤을 묻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나중에 다른 시설물을 설치할 수도 있으니 큰 물량으로 묻는걸 추천한다. 우린 4톤을 묻었는데, 때문에 이후 캠핑시설을 설치할 때도 무난히 해결할 수 있었다. 금액차이도 달라 발품을 많이 팔아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사실 집 짓기를 계획하면서 남편은 발이 터져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공부를 해 나갔다. 요즘은 블로그에 집 짓는 정보도 많이 올라오고, 집짓기 관련 서적도 많다지만 남편은 그 무엇도 아닌 직접 발로 쫓아다녔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다뤄가며 익혀야지만 제대로 와 닿고 또한 빨리 터득해 나갈 수 있다면서 말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에 현장을 쫓아다니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배움을 얻기란 쉽지가 않았다. 하기야 알지도 못하는 어떤 사람이 나타나 무턱대고 집 짓는 기술을 가르쳐 달라는데... 누가 쉽사리 그 기술을 가르쳐 주겠냐 말이다. 또한 자신들은 몇 년 동안 스스로 쌓아가며 이룬 내공이며 노하우며 기술일 텐데... 쉽사리 남한테 덥석 기술을 전해줄 턱이 없었다. 때문에 남편은 자재 파는 업체로 가 직접 자재를 구입하며 어떻게 집 짓기를 시작하냐고 하나하나 물어가며 그렇게 독학으로 집 짓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하나의 공정이 끝나면 그다음 공정을 위해 다음 자재업체에서 필요한 자재를 사서 배워가며 그렇게 집 짓는 공정과 공정 사이 집짓기 배움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야말로 초보! 왕. 초. 보. 이기에!!!!!!

집 짓는 일이 쉽게 쉽게 다음 절차로 문제없이 이어질 리가 없었다.

기초 공사하는 기간에만도 1개월이란 시간이 소요되는가 하면, 잘못해서 다시 하고 다시 하고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틀렸다고. 실수했다고. 잘못했다고 포기가 아니라 다시 오뚝이처럼 우뚝 서 우리 가족의 꿈을 짓고 행복을 지어 나간 남편이 다시 생각해도 참 자랑스럽다.    


“남편~ 잘 하고 있는 거지?”

“그럼~”    

우리가족의  꿈을  담아  완성한 셀프드림하우스 앞에서 가족사진!

내 앞에서는 문제없다 얘기했지만, 사실... 알고 봤더니 남편에게도 힘들고 어려운 과정들이 참으로 많고 많았었다.


그렇다고 실패를 두려워 마라.... 앞으로도 험난한 과정의 연속일 테니!!! 틀렸을 땐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법칙을 활용하라.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아.... 내 생각이 틀렸네....

다시 차근차근 시작해 보자~!!!!!”        



***제5장에서 다음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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