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화장실 안에 있다. 꽉막힌 답합함과 함께 어둠이 자리잡은 이곳에 홀로 있으려니 왠지 불안하다. 나는 이 불안감을 떨쳐 버리려고 열심히 숫자를 세고 있다. 하나.둘.셋.넷.다섯...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옷자락이 보인다.
어느새 나는 술래가 되어버렸다. 친구들을 찾아 이곳 저곳으로 헤매고 다닌다. 냉장고 뒤에 한녀석, 책상 밑에 한녀석, 문 뒤에 한녀석 ... ... 이상하다. 한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밖은 어느새 어둠이 자리잡고) 아무리 기다려도 그 한녀석은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그녀석을 찾아 여기 저기 헤매고 다닌다.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울음소리. 으~아~앙! 우리는 그 울음소리를 쫓아 발길을 돌린다. 꽉막힌 벽장 틈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는 그 녀석. 몹시 불안에 떨고 있다. 폐쇄 공포증!
... 아흔 여섯, 아흔 일곱, 아흔 여덟, ... 나는 여전히 홀로 화장실 안에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채 열심히 숫자만 세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