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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15. 2024

발렌타인 데이

2024년 2월 15일 목요일, 흐림


어제가 발렌타인 데이였다. 난 사실 무슨 무슨 데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대충 이 정도는 꼽을 수 있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로즈 데이, 빼빼로 데이 등등. 그나마 가장 전통적인 것이라면 발렌타인 데이를 들 수 있다. 성 발렌타인은 서기 1세기 경의 순교자라고 하는데, 박해받던 기독교인들에게 도움을 준 남자라는 말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애초의 발렌타인 데이는 지금처럼 이렇게 세속화된 기념일은 아니었을 테다. 지금은 그저 뻔히 보이는 장삿속이 만들어낸, 어쩌면 정신 나간 날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정신 나간 날에 맞춰 오랫동안 가족들을 챙겼다. 2월 14일의 발렌타인 데이나 3월 14일의 화이트 데이 등 이 모든 기념일은 나의 몫이었다. 솔직히 받는 사람의 입장을 조금은 덜 생각한 감이 있지만, 제과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팔고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과대포장된 탓에 가격이 센 관계로 난 대형마트에서 싼 가격에 여러 종류의 초콜릿이나 사탕을 사곤 한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저 초콜릿들이 모두 가족의 몫이다. 아내 2가지, 딸 3가지, 그리고 아들 2가지. 난 주면 받고 안 주면 안 받는다. 적어도 그 점에 대해선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그냥 그들이 내 가족이니 가능하면 내가 챙기려고 노력할 뿐이다.


다른 건 필요 없다. 나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들으면 된다. 2~3만 원이면 가족들에게 내 성의를, 마음을 표현할 수 있으니, 말은 정신 나간 날이라고 하면서도, 이 정신 나간 날에 나 역시 보조를 맞추고 만다.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부터 챙겼으니 아내에게는 24년째, 그리고 아들과 딸에게는 근 20여 년을 챙기고 있다.


편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무슨 무슨 날이라며 굳이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들뜨는 그 움직임에 살짝 몸을 실어 내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고 우리 가족이 이로 인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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