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청소를 대충 끝내고 작정한 대로 가방을 둘러메고 밖을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갈 곳이 없다. 딱 그 짝이다. 갈 곳은 넘쳐나는데 오라는 데는 없다. 오라는 데가 없다고 해서 내가 못 갈 데가 어디 있을까? 주머니에 적당한 돈만 있고, 지금처럼 시간이 있으면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도처에 널려 있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일단 생각나는 곳은 공공도서관이다. 지하철을 타고 휴대폰을 펼쳤다. 어디에선가 카톡이라도 왔나 싶어 봤지만, 특별히 내게 카톡을 보낸 사람은 없다. 여전히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글에 대해 여러 작가님들이 라이킷을 눌러준 것 말고는 별 다른 특이 사항도 없다. 물론 문자메시지도 없고, 그 흔한 부재중전화 한 통 없었다. 본의 아니게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이제 더는 그런 것 따위엔 개의치 않는다.
결국은 흐르고 흘러 안착한 곳은 집 앞에 있는 파스쿠찌였다. 할 일 없는 초로의 남성이 굳이 와서 돈까지 쓰고 가겠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다. 뭐 이왕에 왔으니 글이나 몇 편 쓰고 가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