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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18. 2024

호칭의 문제

이백 예순일곱 번째 글: 이름은 올바르게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A와 B, 그리고 C라는 세 사람이 있습니다. A는 소설책을 발간한 사람이고, B는 시집을 펴냈습니다. 그리고 C는 에세이를 썼습니다. 일단 여기에서 이 '에세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만, 그건 잠시 후 적기로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우린 이 세 사람을 싸잡아(?) 작가라고 지칭합니다. 좋습니다. 그건 세 사람이 모두 있을 때 그렇게 불러도 무방할 것입니다. 혹은 최소 둘 이상은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세 사람 중 한 사람만 있다면 우린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때 평소 습관처럼 그를 작가라고 부른다면 그건 명백히 그를 잘못 지칭한 꼴이 되는 것입니다.


전 책을 발간한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부여하는 호칭인 '작가'라는 말에 대해서 불만이 많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누구든지 기회만 되면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더더욱 역할에 알맞은 호칭을 붙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호칭을 붙여야 할까요?


소설을 발간한 이는 작가가 아니라 소설가라고 해야 옳습니다. 시집을 펴낸 사람에겐 시인이라고 불러야 하고, 우리가 흔히 에세이(이것도 옳은 표현이 아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미셀러니는 어디로 갔나요?)라고 지칭하는 수필을 책으로 엮은 사람에겐 수필가라고 해야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 이들 모두를 통칭한다면 작가라고 불러도 되지만, 개별 소설가나 시인 혹은 수필가에게 작가라고 하는 건 알맞은 호칭이 아니지 않을까요?


말난 김에 하나만 더 짚어 보려 합니다. 우린 흔히 수필가를 에세이스트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건 인터넷 서점이나 심지어 작가(여기에서도 이 표현은 명백히 잘못되었습니다) 소개란에도 당당히 에세이스트라고 기재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런 식으로 수필가가 에세이스트가 되는 세상이라면, 왜 시인은 포이트라고 부르지 않을까요? 또 소설가는 근사한 노벨리스트라는 호칭을 왜 붙이지 않을까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우리말보다 영어식 표현이 훨씬 더 근사해 보인다는 문화적인 사대주의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짙게 깔린 탓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아마 이대로 간다면 언젠가는 시인도 포이트로, 소설가도 노벨리스트로 불려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괜한 딴지 같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호칭 문제 정도는 명확하게 구분을 지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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