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Mar 02. 2024

천 번째의 글

이백 일흔여덟 번째 글: 딱 1시간만 기쁨에 젖어 보겠습니다.

[ 축. 천 번째 글 발행! ]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구름 위에 떠다니는 듯 붕 뜬 저를 잠시만 이해해 주신다면 딱 1시간만 즐거워하고 기뻐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제가 드디어 이곳 브런치스토리에서 1000번째 글을 발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다지 읽을거리도 없는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 작가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기쁨을 늘 제 방에 들러주시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저의 글 제1호부터 제1000호의 글을 발행하기까지의 간단한 내력을 소개합니다.

브런치스토리 입성일: 2023년 6월 9일 ☞ 제1호 글 발행

오늘 현재: 2024년 3월 2일(입성 후 268일째) ☞ 제1000호 글 발행

총 발행한 글의 수: 1000편

일 평균 발행한 글의 수: 3.73편

쉬지 않고 매일 글을 쓴 기간: 2023년 6월 20일~2024년 3월 2일(257일째)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현재 저에게 별다른 목표는 없습니다. 죽는 날까지 그냥 지금처럼 쭉 글을 쓸 것입니다. 이 브런치스토리에 더는 흥미가 없어서 아예 이 공간에서 글쓰기를 포기하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글을 계속 쓸 것입니다. 글쓰기는 저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글을 발행해 오면서 저 나름 열심히 싸워 온 한 녀석과의 대화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그 녀석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늘 제 마음속에 있으면서 떠나지 않는 녀석인데, 이름은 '검열자'입니다. 물론 가상 상황이긴 합니다만, 충분히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기에 적어 보려 합니다.

검열자: 너도 참 어지간하다.
저: 왜 또 시비야?
검열자: 글 쓸 때마다 그렇게 말렸는데도 결국은 여기까지 왔잖아. 도대체 무슨 배짱이야?
저: 왜? 내가 못할 일 한 거 아니잖아?
검열자: 읽는 사람도 생각해야지. 무슨 이런 글 같지도 않은 글을 천 편이나 쓰고 있어? 그렇게 한가해? 글쓰기보다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 일을 내가 추천해 줄까?
저: 됐거든. 내가 늘 그러지 않았나?
검열자: 뭘 말이야?
저: 글 같지도 않은 글이라도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낫다고 말이야.
검열자: 무슨 그런 궤변이 다 있어? 글 같지도 않은 글이라면 쓰지 말아야지. 그걸 계속 고집하는 네가 문제 있다는 생각은 안 해?
저: 네 말 중에 하나는 인정하지만, 다른 하나는 받아들일 수 없어.
검열자: 그게 뭔데?
저: 내가 고집을 부리는 건 맞는 말이지만, 내가 문제 있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야.

검열자: 그래. 뭐 좋아. 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러면 하나만 묻자.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
저: 글이 쓰기 싫어지는 날까지, 그리고 더는 쓸 내용이 없을 때까지…….
검열자: 그런데 너 말이야. 네 글 조회 수는 봤어? 어떻게 천 편의 글을 썼는데도 조회 수가 7만 회도 안 되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저: 안 될 건 뭐야?
검열자: 명색이 천 편이나 글을 썼다면 출간을 해도 벌써 했어야 하지 않아. 하다 못해 조회 수도 최소 몇 십만 회 정도는 되어야 정상 아니냐는 말이야.
저: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리고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넌 나와 52년을 넘게 살아왔으면서 아직도 날 그렇게 모르냐?
검열자: 글 조회 수만 갖고 얘길 하는 게 아냐. 라이킷 수, 댓글 수, 구독자 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너도 마음에 들지 않을 거 아냐?
저: 마음에 들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말했잖아. 난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검열자: 그러면 넌 도대체 뭘 신경 쓰는데?
저: 난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그 자체에만 신경 써. 글을 쓰는 데 있어서 그게 가장 중요하지 다른 게 뭐가 더 필요해?
검열자: 정말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왜 굳이 천 편이나 썼어. 그건 네가 적어도 글의 편 수는 신경 쓴다는 증거 아냐?
저: 아, 그거? 솔직히 처음엔 신경 썼지. 그런데 지금은 신경 안 써. 왜냐하면 내겐 900편이든 1000편이든 또는 1100편이든 그냥 숫자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검열자: 참, 네 고집도 어지간하다. 도저히 널 이길 수가 없네.
저: 그래, 잘 생각했어. 이제 제발 좀 사라져 주라. 자꾸 글 쓸 때마다 얼쩡거리지 말고.
검열자: 그런데 말이야. 그건 곤란하겠는데?
저: 왜, 그게 곤란한데?
검열자: 도저히 봐줄 수 없을 정도로 글을 쓰는 너를 보면서도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저: 그래, 그냥 내버려 둬. 그게 날 도와주는 거야.


결국 이렇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냐고요? 조금 과장한 감이 없지는 않겠지만, 한 편의 글을 발행할 때마다 몇 번이나 망설이는 것만 봐도, 또 기껏 쓴 글을 발행해 놓고도 괜히 했다며 종종 후회도 하는 걸로 봐선 충분히 이런 대화가 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써본 것입니다. 솔직히 그다지 틀린 데는 없지 싶습니다. 최소한 검열자라는 그 녀석은 어떻게든 제가 글을 발행하는 걸 말리려 하고, 그놈과 맞선 저는 어떻게든 글을 발행하려고 하니까요.


지금의 제 모습이, 마치 100억 원을 가진 자산가 앞에서 겨우 1억 원 모았다고 깔짝대는 것 같긴 합니다만, 어차피 자화자찬하는 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천 편의 글을 쓴 저를 이 시간만큼은 무지하게 칭찬하려 합니다.


다작이! 그동안 수고 정말 많았어! 딱 1시간만 기뻐하고는 다시 달려가는 거야!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