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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Feb 20. 2024

두 번은 없더군요.

101.

어제 그렇게 봐서 그런지

오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은 시각에 그곳으로 갔습니다.

당신을 보고 난 하루가

내겐 너무도 좋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이번에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못 본다고 해도 그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버스에서 내립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발길을 서둘렀습니다.

자칫하면 때를 놓칠 수 있으니까요.

어제 그 시각에서

정확히 10분이 이른 시점이었습니다.

여유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매장 안은 어제보다 더 한산했습니다.

손님이 거의 없다는 건 그만큼

내가 더 눈에 잘 띈다는 단점이 있으나

다른 사람의 눈치에선 자유롭기 마련입니다.


주문을 끝내자마자 주변을 둘러봅니다.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창밖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더러 아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알은체 합니다.

당신이 아니라면 그 어느 누구든

내겐 의미가 없을 뿐입니다.


10분의 시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기다림으로 보면 긴 시간이었고

설레는 걸 생각하면 짧습니다.


행운이란 건

두 번 연달아 오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뚫어져라 창밖을 응시했지만

오늘은 당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일찍 도착했거나

혹은

너무 늦게 왔다는 것이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비워진 찻잔만큼

그리움을 한가득 채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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