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렇게 봐서 그런지
오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은 시각에 그곳으로 갔습니다.
당신을 보고 난 하루가
내겐 너무도 좋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이번에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못 본다고 해도 그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버스에서 내립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발길을 서둘렀습니다.
자칫하면 때를 놓칠 수 있으니까요.
어제 그 시각에서
정확히 10분이 이른 시점이었습니다.
여유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매장 안은 어제보다 더 한산했습니다.
손님이 거의 없다는 건 그만큼
내가 더 눈에 잘 띈다는 단점이 있으나
다른 사람의 눈치에선 자유롭기 마련입니다.
주문을 끝내자마자 주변을 둘러봅니다.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창밖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더러 아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알은체 합니다.
당신이 아니라면 그 어느 누구든
내겐 의미가 없을 뿐입니다.
10분의 시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기다림으로 보면 긴 시간이었고
설레는 걸 생각하면 짧습니다.
행운이란 건
두 번 연달아 오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뚫어져라 창밖을 응시했지만
오늘은 당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일찍 도착했거나
혹은
너무 늦게 왔다는 것이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비워진 찻잔만큼
그리움을 한가득 채웠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