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Feb 24. 2024

마지막 인사

이백 일흔한 번째 글: 1년 동안의 마무리

담임선생님 발표를 보고 아이 반이 아니라 선생님 이름부터 찾았습니다. 저는 둘째도 있어서 둘째만이라도~~~ 하는 바람이었는데 ㅜㅜ 이번에 *학년으로 가시더라구요. 한해동안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글로 위안받은 적이 참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작년 제자였던 아이들의 학부모님들께 마지막 인사를 카톡으로 드렸더니 어느 한 어머님께서 저에게 보내 주신 톡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와 봤습니다. 사실 저는 작년에 학부모님 단톡방을 개설해 중요한 내용을 알릴 때는 물론이고, 평소 생활하면서 드는 갖가지 생각들을 짧은 글의 형식으로 그 단톡방에서 공유하고 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제가 쓴 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염려는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글 따위는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요. 댓글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써서 올렸습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몇몇 학부모님들은 공감의 표시도 해주시고 댓글로 소통하기도 했습니다. 제 글로 위안을 받으셨다고 표현하신 건 아마도 그걸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진심 어린 메시지를 주시니 담임이었던 저로서는 감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속된 말로 인사말 하나로 뭐가 생기는 건 아니라고 해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의 경우처럼 저렇게 인사를 해주시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1년 간의 고생(?)이 눈 녹듯 녹아내릴 건 분명한 사실이겠습니다.


아! 내가 1년을 헛되이 보낸 건 아니구나!


저 어머님의 인사말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정작 저 어머님의 아이에게는 제가 그다지 잘해준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저렇게 인사를 하시는 걸 바라진 않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도 없습니다. 사람마다 각자 생각이나 취향이 다르듯 담임교사로서의 저에 대한 평가 역시 사람마다 갈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인사를 해주시면 1년 간의 그간의 노력이나 고생에 대한 보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가오는 1년 역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지금입니다. 지나간 것을 이미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부족하고 아쉬웠던 것을 잊지 않고 있다가 앞으로의 1년에 더 열성을 다해 노력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다가옵니다. 얼른 마음에서 떠나 주었으면 하지만, 그것 역시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제가 정말 맡고 싶은 학년이 따로 있는 상태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학년을 맡게 된 것에 대한 미련 또한 아직까지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형편입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작년 학부모님들과 이런저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여전히 털어내지 못한 감정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요. 신학년 시작 시점까지 남은 1주일 간 정리할 건 얼른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겨야 할 다짐이나 계획 등은 꼭 간직하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2023년 한 해 동안 나름 열심히 달렸던 저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를 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