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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01. 2024

스타벅스 생일 기념 무료 음료권

2024년 3월 1일 금요일, 흐림


난 모든 것에 무딘 성격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바늘로 찌르면 한 2~3초 있다가 '아야'라고 할 사람, 그가 바로 나다. 이런 나를 보고 아내는, 조선 시대에 태어났어야 할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도 멤버십인지 뭔지를 가입해 놓으면, 뭐가 몇 프로 할인이 되고, 어쩌면 영화도 1달에 1번 정도는 공짜로 볼 수 있는데, 왜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냐며 늘 잔소리한다. 좋게 말하면 모든 것에 초탈한 듯 보이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초탈이 아니라 무지의 소산이다.


스타벅스 매장이나 카카오톡에 개인정보를 저장할 때도 그랬다. 2월 28일 생일이라고만 입력해 놓으니, 해마다 이날만 되면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날아오고, 마찬가지로 카카오톡에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에게서도 축하의 메시지와 선물까지 날아온다.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 5만 원짜리 2개, 교보문고 기프트 카드 3만 원짜리 1개, Yes24 기프트 카드 3만 원짜리 1개 등이 그렇게 해서 내게로 왔다. 그런데 웃기는 건, 실제 내 생일은 음력 2월 28일이라는 것이다. 이참에 이실직고하자면 그걸 어떻게 변경해야 하는지 모른다. 아니, 알려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것엔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겠다.


어쨌거나 나는 마침내, 며칠 전에 날아온 스타벅스 무료 음료권을 찾아먹기로 결심했다.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다. 못해도 한 5년은 넘게 그냥 날려 먹었었다. 심지어는 온 것도 모른다. 오죽하면 지난 달,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 간 날에도, 당일에 아내가 축하한다며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 5만 원권을 보냈었다는 것도 이틀 전엔가 알았으니 말이다.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들이켠다고 했던가? 무료로 마시는 바닐라 라떼가 오늘따라 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공짜를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앞으로는 좀 잘 찾아 먹어야겠다. 그런데 50년 넘게 단련된 이 성격에, 아내가 말하는 그 많은 혜택을 제대로 찾아 먹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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