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Mar 02. 2024

정신을 차리자.

2024년 3월 2일 토요일, 흐림


무심코 '2024년 2월'이라고 적었다가 화들짝 놀라 백스페이스를 눌러 지웠다. 벌써 3월 2일, 3월이 시작된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도 어제 일기를 쓸 때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아주 잠시 잠깐 놀라고 말았다. 뭐, 시간이 흘러가는 게 총알 같고 쏜살같은 게 어디 하루이틀의 일이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세월이 참 야속하다 싶을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하나 마나 한 소리 또 한 번 해보자. 빨라도 참 너무 빠르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속력이 어마어마한 교통수단을 타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면 어디 정신이라도 차리고 있을 수 있겠나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속된 말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눈 뜨고도 코 베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게 바로 우리가 아닌가 싶다.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순간은 분명 3월 2일, 그래 봤자 아직 완연한 봄이 시작되지도 않았고, 본격적인 한 해의 업무가 시작된 것도 아니지만, 몇 번 숨을 쉬고 직장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제야의 종소리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일기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감기 몸살 등으로 병원에 가면 꼭 의례적으로 마지막에 엉덩이 주사를 맞곤 한다. 간호사가 엉덩이를 두드린다. 그러면서 한 마디 한다. "따끔해요." 대뜸 그렇게 말 안 해도 잘 알거든, 이라고 대거리하려다 어느새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무지막지한 주사 바늘에 한 번쯤 몸을 떨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 새 학년의 첫날이라는 녀석이 그 주사 바늘처럼 언제든 내 몸을 비집고 들어오겠다는 듯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맞다. 24년 동안이나 되풀이한 일이라고 해도 막상 그날이 되기 전엔 알 수 없다. 간호사의 오른손에 들린 그 주사 바늘이 얼마나 아프고 따끔한지는 엉덩이 속으로 들어와 봐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무슨 최후의 만찬처럼 정말이지 이제 남은 하루 반이 마지막 남은 '좋았던 시절'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차피 시간은 간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막 뒤엉켜 굴러가다 보면 언젠가는 지금의 아이들을 두고 또 반편성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자. 지금으로선 그 수밖에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벅스 생일 기념 무료 음료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