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일 토요일, 흐림
무심코 '2024년 2월'이라고 적었다가 화들짝 놀라 백스페이스를 눌러 지웠다. 벌써 3월 2일, 3월이 시작된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도 어제 일기를 쓸 때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아주 잠시 잠깐 놀라고 말았다. 뭐, 시간이 흘러가는 게 총알 같고 쏜살같은 게 어디 하루이틀의 일이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세월이 참 야속하다 싶을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하나 마나 한 소리 또 한 번 해보자. 빨라도 참 너무 빠르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속력이 어마어마한 교통수단을 타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면 어디 정신이라도 차리고 있을 수 있겠나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속된 말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눈 뜨고도 코 베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게 바로 우리가 아닌가 싶다.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순간은 분명 3월 2일, 그래 봤자 아직 완연한 봄이 시작되지도 않았고, 본격적인 한 해의 업무가 시작된 것도 아니지만, 몇 번 숨을 쉬고 직장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제야의 종소리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일기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감기 몸살 등으로 병원에 가면 꼭 의례적으로 마지막에 엉덩이 주사를 맞곤 한다. 간호사가 엉덩이를 두드린다. 그러면서 한 마디 한다. "따끔해요." 대뜸 그렇게 말 안 해도 잘 알거든, 이라고 대거리하려다 어느새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무지막지한 주사 바늘에 한 번쯤 몸을 떨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 새 학년의 첫날이라는 녀석이 그 주사 바늘처럼 언제든 내 몸을 비집고 들어오겠다는 듯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맞다. 24년 동안이나 되풀이한 일이라고 해도 막상 그날이 되기 전엔 알 수 없다. 간호사의 오른손에 들린 그 주사 바늘이 얼마나 아프고 따끔한지는 엉덩이 속으로 들어와 봐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무슨 최후의 만찬처럼 정말이지 이제 남은 하루 반이 마지막 남은 '좋았던 시절'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차피 시간은 간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막 뒤엉켜 굴러가다 보면 언젠가는 지금의 아이들을 두고 또 반편성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자. 지금으로선 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