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일 일요일, 흐림
내일인 3월 4일은 신학년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으레 그렇듯 아마 아침부터 정신없는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누구든지 그렇겠지만 일이 많은 걸 좋아하는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도 일이 너무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이 많은 게 더 낫다는 걸 늘 실감하곤 한다. 하루라는 시간이 얼마나 더디게 가느냐 혹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가느냐를 결정짓는 것이 일의 많고 적음이다.
그래도 올해는 4년에 한 번씩 있는 2월 29일 덕분에 하루를 더 쉬게 되었다. 새 출발을 앞둔 내게는 더없이 귀하고 유익했던 하루였다. 바로 그 하루가 내게는 조금은 더 넉넉한 시간들을 안겨주었고, 그동안 해볼 수 없었던 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올해는 3학년 아이들을 맡게 되었다. 올해 10살, 나와는 무려 43살이나 차이가 난다. 그 어마어마한 세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세상이 세상이니만큼 나이가 많은 담임선생님을 달가워하지 않을 학부모들의 생각이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어떤 아이들이 우리 반으로 오게 되었는지, 또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어떤 분들인지도 알 수 없다. 벌써부터 이번 아이들은 어떻고 학부모들은 또 어떻다는 소문 아닌 소문이 들려오긴 하지만, 웬만하면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어디까지나 소문이다 보니 맹신할 만한 것도 아니지만, 자칫하면 편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겠다.
반대로 나에 대한 이야기 역시 아이들이나 학부모에게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그것은 나의 소관이 아닐 테지만, 어떤 말들이 들려오는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마냥 궁금해한다고 해서 그 어느 것 하나 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한다. 결국엔 내일 직접 맞부딪쳐 보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뜻이 된다. 과연 어떤 내일이 내게 기다리고 있을까? 이번 1년은 내게 어떤 즐거움과 시련을 주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