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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Mar 03. 2024

백세시대라고요?

저는 잠이 잘 오지 않으면 유튜브에서 동영상 강의를 재생해 놓고 잠에 드는 버릇이 있습니다. 물론 가끔은 그 강의가 너무 재미있어서 더 늦게 잠이 들어 다음 날 고생할 때도 있긴 합니다만, 대체로는 그런 강의를 듣다 보면 쉽게 잠에 들곤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제 듣게 된 동영상 강의에서 잠이 확 깨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강연자가 이런저런 말을 하다 문득 요즘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부모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얼마나 공신력 있는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렇게 공적인 장소에서 강연한 것이니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다루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글의 전달 효과를 위해 그 부분을 직접 여기에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연자가 말한 내용은 어떤 설문 조사에 관련한 것입니다. 한 명문대학 신입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차례 실시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이 몇 살까지 사셨으면 좋겠느냐, 는 질문이었는데, 10년 전에 한 번, 5년 전에 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어떤 대답을 했을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저마다 백세 시대라 떠들어대는 세상이라 수명에 대한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말입니다.


첫 번째로 10년 전에 실시한 설문입니다.

질문: 여러분의 부모님은 몇 살까지 사셨으면 좋겠습니까?
답변: 65세요.

이번에는 두 번째로 5년 전에 실시한 설문입니다.

질문: 여러분의 부모님은 몇 살까지 사셨으면 좋겠습니까?
답변: 63세요.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실시한 설문입니다.

질문: 여러분의 부모님은 몇 살까지 사셨으면 좋겠습니까?
답변: 60세요.  


자,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과연 그렇게 싹수머리 없이 대답하는 그 명문대라는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는 따지고 싶은 마음도 들겠습니다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닐 것입니다. 특정한 한 학교를 상대로 조사한 설문이다 보니 과연 얼마나 신뢰성이 있느냐를 따지고 싶기도 하겠습니다만, 전체적인 생각이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생각일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한 1~2년 전 지하철 안에서 연로한 사람 몇 명이,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너희들은 나중에 나이 안 드는 줄 아느냐?"는 항변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젊은이 중 한 명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도 나이 들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나이 들어도 그렇게 행동 안 합니다. 나이 드셨으면 나이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입니다. 물론 그때 그 상황은 누가 봐도 어르신들이 잘못한 경우라서 그 젊은이들을 크게 나무랄 수 없는 상황이긴 했습니다만, 참 씁쓸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말은 어쩌면 이제 오십 대 중반을 달려가고 있는 저에게 한 말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까요.


아무리 백세 시대 어쩌고 저쩌고 해도 정말이지 자식에게서 혹은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나이 든 사람들이 이런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게 된다면 그 많은 잔여 수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나이에 걸맞은 행동과 말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기를 노력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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