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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Feb 20. 2024

이런 인간이 글을 쓴다고요?

며칠 전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글쓰기와 관련한 책을 그다지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시간이 나면 종종 읽곤 합니다. 더군다나 제목 자체가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훈련 365일 작가 연습』이라 조금 끌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51쪽을 읽던 중이었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작업 분량'에 대한 일종의 팁을 얘기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저 작가는 저렇고 이 작가는 이렇구나, 하며 무심코 읽다 순간 제 눈을 의심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형광펜으로 줄을 쳐놓은 부분이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참고로 이 책은 제 책이 아닙니다. 그 말은 제가 저렇게 표시했다는 게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누가 저렇게 무식한 짓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아닙니다. 무식한 짓이 아니라 몰상식한 짓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해하겠지만, 저 정도라면 거의 파렴치하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 책은 제가 아는 지인에게서 빌린 책이 아니라,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기 때문입니다.


자, 말이 난 김에 사진 속의 형광펜 표시된 부분을 살펴보십시오. 요즘은 책을 발행할 때 자체적으로 형광펜으로 처리한 듯 특수효과를 주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인쇄 처리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래위가 반듯하지 않은 데다 끝처리 또한 매끈하지 못한 걸 보면 영락없이 사람이 한 소행이 맞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자기 책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요? 책을 읽다가 정말 중요한 부분이 나오면 어떤 식으로 표시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겠지만, 그것도 자기 소유의 책에 한해서라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책이 글쓰기와 관련한 책일 테니, 아무래도 먼저 책을 빌려간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쓰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면, 어찌 이런 돼먹지 못한 인간이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69쪽까지 형광펜 표시가 되어 있는 걸 보면 이 책을 읽은 그 인간(이런 사람에겐 이런 호칭이 딱 어울릴 것 같습니다)에게는 중요한 부분이 거기까지였거나, 아니면 그 이후로는 읽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대략 열 군데 정도 표시되어 있는 걸 보면서 몹시 불쾌했습니다.


저는 뭣도 아니지만, 감히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은 글을 쓰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만약에 글을 잘 쓰는 사람 중에 이런 인간이 있다면 그것만큼 애석한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니, 세상에는 이런 인간도 있구나, 하며 넘어가면 그뿐이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도 지키지 않는 파렴치한 인간을 보며 든 생각을 몇 글자 적어 봤습니다.

매우, 그보다 더 매우 불쾌했지만, 그래도 글쓰기 책을 읽었으니 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을 언급하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작가들이 하는 일을 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글을 써라.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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