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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Feb 02. 2024

기다림과 설렘

005.

조금 전 드디어 아들을 만났습니다. 겨우 70여 일 만인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집을 나서던 때와 비교해 어딘지 모르게 확실히 늠름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첫 휴가 때 저를 본 부모님도 이런 느낌을 가지신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아들과 상봉 후 뒤를 돌아봤습니다. 저희처럼 그리운 사람들끼리 만나는 모습들이 연출됩니다. 외국처럼 서로 만나 뜨겁게 키스하는 사람은 없더군요. 사실 그런 모습을 가끔 볼 때마다 참 부럽기도 하고, 보기 좋기도 했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아직은 그런 모습들이 사회적으로 납득이 되는 때는 아닌 모양입니다.


매일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고 출퇴근을 합니다만, 이렇게 시원스럽게 뻗은 플랫폼을 보면 종종 마음이 설레곤 합니다. 얼마나 많은 그리움이, 기다림이, 그리고 설렘이 깃들어 있을까요? 또 얼마나 많은 아픔이, 슬픔이, 그리고 안타까움이 배어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매일 아침저녁으로 플랫폼에 서 있을 때면 마음이 설레는가 싶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원래 저녁이라는 시간은 사람에게 더욱 감상에 젖게 하기 좋은 시간이지요. 아무래도 설렘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래도 저는 이렇게 사랑하는 가족을, 보고 싶던 아들을 만났으니 적어도 오늘만큼은 마음이 들뜹니다. 사실은 모르지요. 내일모레 일요일, 아들이 돌아가는 순간에 다시 이곳을 온다면 그때는 우울한 기분에 젖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그런 걸 로망이라고 표현하던가요? 저에겐 하나의 로망이 있습니다. 퇴근하다 역에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물론 제게는 어쩌면, 살아서는 허락되지 않는 호사일 겁니다. 제 아내에게는 그런 로맨틱한 모습은 없거든요. 그렇게 노래를 부르듯 소원이라고 해도, 기차로 출퇴근했던 12년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장면을 연출한 적이 없는 사람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로망을 버리지 않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언젠가는 저에게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가져봅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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