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Mar 15. 2024

말조심해야 하는 시대

조선의 10대 군주였던 연산군은 신하들에게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순수한 뜻에서 나온 말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몸을 벤다는 말은 죽는다는 의미입니다. 혀가 몸을 베는 칼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폭정에 반대를 하고 나서는 사람은 죽일 테니 입조심하라는 경고였던 것입니다.


그의 국정 운영 능력에 결코 손을 들어줄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서도 저는 배워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어떤 경우에도 말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혀는 몸을 베는 칼이 맞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게다가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사회에서 영원히 매장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물론 행동도 각별히 조심해야 하지만 시쳇말로 입을 함부로 놀려 곤경에 처하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가장 쉬운 말로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한 개인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많이 하라는 의미라고 해도 사람들은 이 말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기회만 되면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다 보니 그 속에 섞인 불손한 한두 마디 때문에 위기를 자초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듣는 것보다 말을 더 많이 하고, 더 잘 말하는 걸 바랍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어필되는 것 중의 하나가 말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에서 가벼운 입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시켰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그들이 어떤 내용을 말했는지, 혹은 그렇게 말한 사람 중 누가 더 심한 말을 했는가, 하는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생각 없이 말을 내뱉은 그 경박한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말의 무게감과 파급력을 우습게 여긴 불찰이 더 심각한 것입니다.


세월이 이만큼 흐르고, 세상의 모든 것이 급격히 변해도, 가장 기본적인 것들은 변하지 않는 법입니다. 시쳇말로 밑천이 다 드러났다,라는 표현을 쓰지요? 그의 사람됨이 어떻고를 떠나 입이 가벼운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입니다. 사실 그런 사람들은 정치판은 물론 그 어떤 공적인 장에서 영원히 배제되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오죽하면,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라는 말이 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백세시대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