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10대 군주였던 연산군은 신하들에게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순수한 뜻에서 나온 말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몸을 벤다는 말은 죽는다는 의미입니다. 혀가 몸을 베는 칼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폭정에 반대를 하고 나서는 사람은 죽일 테니 입조심하라는 경고였던 것입니다.
그의 국정 운영 능력에 결코 손을 들어줄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서도 저는 배워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어떤 경우에도 말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혀는 몸을 베는 칼이 맞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게다가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사회에서 영원히 매장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물론 행동도 각별히 조심해야 하지만 시쳇말로 입을 함부로 놀려 곤경에 처하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가장 쉬운 말로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한 개인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많이 하라는 의미라고 해도 사람들은 이 말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기회만 되면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다 보니 그 속에 섞인 불손한 한두 마디 때문에 위기를 자초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듣는 것보다 말을 더 많이 하고, 더 잘 말하는 걸 바랍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어필되는 것 중의 하나가 말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에서 가벼운 입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시켰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그들이 어떤 내용을 말했는지, 혹은 그렇게 말한 사람 중 누가 더 심한 말을 했는가, 하는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생각 없이 말을 내뱉은 그 경박한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말의 무게감과 파급력을 우습게 여긴 불찰이 더 심각한 것입니다.
세월이 이만큼 흐르고, 세상의 모든 것이 급격히 변해도, 가장 기본적인 것들은 변하지 않는 법입니다. 시쳇말로 밑천이 다 드러났다,라는 표현을 쓰지요? 그의 사람됨이 어떻고를 떠나 입이 가벼운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입니다. 사실 그런 사람들은 정치판은 물론 그 어떤 공적인 장에서 영원히 배제되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오죽하면,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라는 말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