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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05. 2024

아침의 여유

이백 여든한 번째 글: 이 여유가 좋습니다.

아침마다 기차를 타고 왜관역에 내리면, 학교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30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바로  시간대의 기차를 타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간의 연계가 잘 되어 있지 않아 그럴 테지만, 그건 제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출근을 하려면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아침의 이 30분은 어찌 생각해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차로 운전해서 학교까지 곧장 오면 45분밖에 걸리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종종 아내는 이런 제가 너무 미련하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 아까운 시간을 왜 그렇게 낭비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미련한 건 맞지만 어리석은 건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아내의 말처럼 그 아까운 시간을 그냥 내다버리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30분이라는 틈은 제게 웬만한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제가 글을 쓰는 속도로 보면 얼추 맞아 들어갑니다. 신명 나게 글을 쓰고 있다 보면 어김없이 버스가 들어옵니다. 의미 없이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낫습니다. 터미널 의자에 앉아 졸면서 버스를 기다리든, 한 편의 글을 쓰면서 기다리든, 30분은 지나야 버스가 들어오니까요.


그래서 전 이 아침의 여유가 좋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제겐 꽤 의미 있는 하루를 시작하게 합니다. 글 한 편을 완성하고 뿌듯하게 출발하는 그 기분이 줗을 따름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이 패턴을 깨뜨려 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매일 1편 이상의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이 30분이 제게 주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를 지내다 보면 의외로 곳곳에 자투리 시간이 널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어차피 흘러가 버릴 시간입니다. 어제 성인들이 주 42시간 동안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납니다. 사실 30분이면 유튜브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모든 시간을 계획성 있게 보내고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 짧은 시간도 잘만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보다 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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