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Mar 12. 2024

운전이 싫다.

이백 여든일곱 번째 글: 어느 날 갑자기 그렇더군요.

1991년에 1종 보통 면허를 땄습니다. 사실 그다지 생각도 없었는데, 친구 녀석이 혼자 운전 학원에 다니기가 너무 적적하다고 꼬드기는 바람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아마 두어 달을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대입 시험을 치자마자 다녔으니 그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다녔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 녀석이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았던 겁니다. 제가 면허를 득하고 얼마 안 있어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했으니까요.


사정은 그렇다고 해도 갓 스무 살에 따 놓은 해 운전 면허증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최소한 그때만 해도 돈벌이가 없으면 차를 몰지 않는 게 당연시되던 사회였습니다. 남들의 따가운 시선도 시선이지만, 무엇보다도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때라 굳이 운전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차를 운전하기까지 무려 1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10년 동안 장롱면허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10년 만에 드디어 자가운전을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운전했던 그 10년 동안 사고는커녕 그 흔한 딱지 한 번 떼인 적이 없습니다. 글쎄요, 나름은 모범운전자였다고 자부합니다. 10년을 무탈하게 학교와 집을 오가던 어느 날이었을 겁니다.


그날따라 아침에 일어났더니 유독 운전하기가 싫더군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무조건 하기 싫었습니다. 싫은데 더는 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전 제 인생에서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핸들을 놓아 버렸습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옮긴 지 12년이 흘렀습니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저는 단 한 번도, 단 하루도 핸들을 잡은 적이 없습니다. 이만하면 제 고집도 보통은 넘는 것이겠습니다. 그 덕에 저는 출퇴근 시간을 제법 저를 위해 알뜰하게 쓰고 있긴 합니다만, 제 주변 사람들은 저를 보고 상당히 미련스럽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사람이 어찌 그리 융통성이 없냐는 말을 아마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근하는 게 꽤 불편하긴 해도 이만큼이나 버텼는데, 지금에 와 새삼 다시 운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진 않습니다.  아마도 제가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 한은 다시 핸들을 잡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