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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13. 2024

적진의 한가운데.

2024년 3월 13일 수요일, 흐림


적진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간다,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적진은 바로 우리 학교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사는 곳을 뜻한다. 괜스레 어감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 표현이라고 하겠다. 그만큼 그곳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불편하면 안 가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꼭 가야 할 일이 생기곤 한다.


도대체 동네 구조가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차도를 기준으로 오른쪽엔 우리 학교가 있고 왼쪽엔 아파트 단지가 들어 서 있다. 전교생 900여 명의 99%가 그곳에 살고 있으니 세대 수가 가히 적다고 말할 수도 없는 곳이다. 그런데, 학교 쪽은 허허벌판이다. 정말이지 그 흔한 가게 하나 없다. 일이 있어서 저녁을 해결하려면 하는 수 없이 적진으로 들어가야 한다. 모든 가게들이 거기에만 있기 때문이다.


원래 적진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았다가는 언제 적의 기습을 받을지 모른다. 그래서 긴장을 하기 마련인데, 얼굴에 철판 깔고 다닌 탓에 완벽하게 적응이 되어 버렸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를 나눈다. 피할 데라고는 없으니 피할 생각도 필요 없어졌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방금 전에도 그 적진의 한가운데에서 간 크게도 저녁을 해결하고, 커피까지 마시고 나왔다. 물론 마주친 아이들이나 학부모 수도 족히 스무 명은 넘는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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