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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14. 2024

모든 게 귀찮은 밤

2024년 3월 14일 목요일, 흐림


왜관역에서 9시 24분 기차를 탔다. 이 시각 이후에도 세 편인가 기차가 있긴 하지만, 하루의 끝자락에 있다 보니 탑승한다는 자체 만으로도 거의 녹초가 되는 기분이다. 맞다.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가는 것 같다. 보약이라도 한 첩 먹으면 나아질까?


객차 내엔 듬성듬성 사람들이 앉아 있어 비교적 여유롭다. 마음도 한껏 늘어진다. 눈만 감으면 바로 꿈나라로 갈 태세다. 그냥 몸만 지칠 뿐이다. 글을 쓰기에 이보다 더 여건이 없겠으나, 오늘밤은 글이고 뭐고, 다 귀찮아진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가 다시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몸을 좌석에 깊이 묻어 버렸다.


얼마 만인가? 잠시 눈을 감아본다. 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 봤자 고작 20분이다.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컨디션이 좋아질지는 모르겠다. 기차에서 읽을까 싶어 꺼냈던 책도 가방에 넣었다. 손 하나 까딱하기 싫다고나 할까?


마음 같아선 이대로 부산까지 가면서 두어 시간 눈을 붙였으면 좋겠다.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타이밍이다. 보나 마나 집에 가면 씻고 나서 또 노트북부터 켜고 자리에 앉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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