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Mar 17. 2024

창의적인 일을 좀 해보는 게 어때?

2024년 3월 17일 일요일, 흐림


종종 도서관 창밖으로 펼쳐지는 단조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글을 쓰다 문득 음식이 목구멍에라도 걸린 듯 치받아지던 말이 생각났다.

"사람이 여가 시간에 좀 창의적인 걸 하지,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글을 쓴다면서 왜 그러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처음 듣는 말이 아니었으니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처음 듣는 말이 아니니 더더욱 들을 때마다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남긴다. 좋게 해석하자면 그럴 시간에 잠이나 자든지, 아니면 바람이라도 쐬고 오든지, 그도 아니면 운동이라도 하는 게 나에게 더 좋은 게 아니냐는, 즉 내 편을 들어준 말이라고 할 수도 있긴 하다.


물론 이 말에 난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아내에게 그때마다 일일이 그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싶은 마음까진 들진 않는다. 하나의 현상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나 평가는 갈리기 마련이고, 나와 내 아내가 서로 성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듯,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를 아내라고 해서 무조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 또한 나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겠다.


일단 논리적으로는 그렇기는 하나, 솔직히 그렇게 말을 할 때마다 몹시 섭섭한 마음만 든다. 저런 생각을 갖고 저렇게 때로는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이 내 아내라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가 하면,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다름이 아니라 바로 가족일 수 있다는 어떤 책의 대목이 쉽게 이해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원래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에 대해선 일절 관심이 없다. 그러나, 가족이 보이는 모습에 대해선 관심을 끄려고 해도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나를 싫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은 나를 보자마자 자취를 감추지만, 내 일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시야에서 머물기 때문일 테다.


어떤 일이 과연 창의적인 일이라는 뜻일까? 혼자만 즐겁고 행복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걸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적으로 뭔가 돈이 되는 일을 말하는 것일까? 적어도 지금 내 깜냥에선 글쓰기가 돈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과연 글쓰기라는 것이 혼자만 즐겁고 행복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게 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질 체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