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지식인
이백 아흔여섯 번째 글: 정치인을 저렇게 만든 건 우리가 아닐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라고 하면 정색하고 나서는 사람입니다. 아마도 어쩌면 많은 분들 또한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때에도 정치 얘기만 나오면 질색하곤 합니다. 그다지 할 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들으려는 생각조차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다수 국민들에게 정치라는 것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생난리를 피우는 그들만의 리그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건 어마어마한 직무유기, 또 직무태만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손으로 직접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투표가 종료됨과 동시에 그들에 대한 모든 관심을 거둬버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표로 선출된 그들의 행보도 우리의 이 같은 무관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관심이란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의 행적에 대한 '예의주시'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손으로 뽑아 놓았으니 그 직무를 얼마나 성실히 잘 수행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대양당, 민주당과 국민의 힘, 서로 더 많은 의석 수를 차지하기에 급급합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본 적은 없어도 하는 행태를 보면 국민을 걱정하는 마음이나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는 마음 따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입으로는 국민을 떠들어 대지만, 그들의 말에 책임을 질 사람들은 아닌 듯 보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런 그들을 바로 우리가 뽑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당마다 엄연히 팬덤은 존재합니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이 희망 없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길은 파란색이라고 혹은 빨간색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 어느 한쪽의 역할에만 달려 있을 리 없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만이 구국의 해결책인 양 떠벌리는 사람을 어쩌면 우리는 경계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만이 옳고 색깔론에 집착하는 우리의 모습도 되돌아봐야 합니다.
정치는 원래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라고 합니다. 또,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을 하는 것을 정치라고 한답니다. 한자로는 政治라고 적습니다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政治가 아니라 正治이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을 바르게 다스리는 건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는 이도 있어야 하지만, 그들에게 깊은 관심과 질책을 내보일 사람도 필요한 법입니다.
예부터 글은 아무나 써 오지 않았습니다. 소위 말하는 식자들의 전유물이 바로 글이었고, 글쓰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식자입니다. 요즘 말로 지식인이란 얘기입니다. 지식인은 그 자체 만으로도 자부심과 긍지를 충분히 가질 만합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정치에 대한 식견도 있고 관심의 눈길까지 갖추고 있을 글 쓰는 이들은, 색깔론을 떠나 냉정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일입니다. 그것이 어쩌면 지식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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