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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23. 2024

뭔가를 하려면…….

2024년 3월 23일 토요일, 맑음


일어나자마자 집 여기저기에 있는 쓰레기를 죄다 묶어냈다. 넘쳐나는 재활용 쓰레기와 함께 아파트 앞마당으로 들고 내려가 분리배출을 한 뒤에 올라왔다. 청소를 하면 아무래도 먼지를 일으키게 되니 청소하기 전에 식사부터 했다. 네 식구가 둘러앉아 점심을 챙겨 먹고 나서 곧장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의 철칙은 방금 전에 썼던 그릇을 장시간 방치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하면 한참 있다 설거지할 때도 더 힘이 들어가는 법이다. 물론 더 많은 물을 써야 한다. 밥을 먹은 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커피도 한 잔 하며 잠시 쉬고 싶어도, 그런 생각이 들 때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야 한다.


설거지를 끝낸 후 창문이라는 창문은 다 열어젖혔다. 환기부터 한 뒤에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나 나름으로 꼼꼼하게 한다고 하지만, 식구들이 봤을 때에는 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쨌건 간에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내 볼 일을 보는 건 그 후의 일이다. 그래야 나와 있어도 마음이 편안하다. 청소기로 바닥을 훔친다. 물걸레를 봉에 끼워 구석구석 닦아낸다. 물걸레 밑바닥이 금세 새카매진다. 매일매일 청소를 하는데도 늘 바닥을 닦으면 이 모양 이 꼴이 된다. 아파트에 살면서 매일은커녕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일 청소하는 우리 집도 이 정도인데 그런 집들은 과연 얼마나 더러울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모든 일을 끝내고 드디어 가방을 둘러메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하늘이 맑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할지 그게 제일 고민이다. 밖에 나가지만 않는다면 아무렇게나 입고 있어도 괜찮지만, 일단 나가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옷의 두께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더운 것 같아도 저녁이 되면 든든해진다. 반대로 낮에는 쾌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입으면 저녁엔 쌀쌀해서 몸을 움츠리게 된다.


어쨌건 간에 손에 집히는 대로 걸치고 밖으로 나간다. 내 지론은 그렇다. 휴일이 되면 뭘 하든 집 안에 있는 것보다는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집에만 있으면 늘어지기 일쑤다. 특히 나 같은 성격은 최소한 대낮엔 밖으로 나가야 한다. 집 안에 있으면 피곤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루 종일 바닥에 누워 있게 된다. 그동안 실험 아닌 실험도 봤다. 휴일 동안 집에 있으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내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적어도 나는 그게 되지 않았다. 특히 안에 있으면 항상 그랬다. 그럴 때면 무조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다소 늦은 시간이더라도 나가기만 하면 책도 읽고 글도 쓰게 된다. 그래서 내겐 당연히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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