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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Mar 25. 2024

공부 안 하면......

이백 아흔일곱 번째 글: 너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어?

요즘 미친 사람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그냥 이해할 수 없다거나 생각이 짧다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감히 '미쳤다'는 표현을 쓰고 말았습니다. 사실 너무 대놓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상당히 무례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 외엔 그 어떤 말로도 설명이 안 되는 일을 어제 낮에 보고 들었습니다.


젊은 한 여성이 자기 아들로 보이는 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얼핏 봐도 미취학 아동, 즉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였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는 계속 칭얼대고 있고,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달래느라 경황이 없습니다. 거기까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 그다지 언급할 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정작 문제가 일어나고 맙니다.


처음엔 제 귀를 의심해야 했습니다. 설마 사람의 탈을 쓰고 그것도 뻔히 사람들이 보고 듣는 데에서 그렇게 몰상식한 소리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너 저 아저씨 보여? 너 지금 이렇게 엄마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저 아저씨처럼 돼!"

여자가 가리킨 곳에는 어떤 한 남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길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남자와 두 사람의 거리보다 저와의 거리가 더 떨어져 있었으니 그 남자분이 여자의 말을 못 들었을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한창 비질하던 그의 손놀림이 잠시 멈추기도 했으니까요. 아이는 잠시 그 남자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말한,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저 사람처럼 된다'는 말을 아이가 어떻게 이해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에게 그 한 마디는 확실히 먹혀든 걸로 보였습니다.


흔히 '끝판왕'이라고 표현하지요? 기어이 여자는 마지막 한 번의 결정타를 날립니다.

"그래 그래, 착하지? 넌 나중에 저렇게 더러운 일 하면 안 돼. 알겠지?"

아이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만은 아이는 내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엄마의 그 아들이었습니다. 과연 이 아이를 두고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아이가 자라나 어떤 사람이 될지 눈에 선하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요?


맞습니다. 그 남자분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 죄(?)밖에 없습니다. 괜히 가만히 있다 된통 오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만 꼴입니다. 만약 제가 그런 소리를 들었다면 저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최소한 판검사나 의사가 되지 않는다면 성에도 안 찰, 그 몰상식한 여자에게 학교 선생이 대수겠나 싶기도 합니다.


괜한 심술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중에 그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따위 부모에게서 양육된 아이가 과연 어떻게 자라날지 몹시 궁금해지더군요. 세상이 미친 게 아니라 이런 정신 나간 사람이 넘쳐 나니 세상이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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