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노트나 빈 종이 등에 사람이 직접 펜으로 글을 쓰던 시절엔, 글을 쓰는 시간대나 장소 등이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일과 중에 버젓이 노트를 펴 놓고 육필로 글을 쓰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직장 동료나 상사가 눈치를 주는 것도 문제일 수 있겠지만, 업무라는 큰 짐을 둔 상태에서는 글쓰기에 적합한 두뇌 예열이 될 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이 만약 그런 시대였다면 적어도 퇴근 후에나, 아니면 기껏 해야 점심시간 중의 남은 시간을 활용해야 가능한 게 글쓰기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그나마 글 같은 글을 쓰려면 책상이나 탁자 같은 곳에 앉아서 쓸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퇴근 후 집에 가야 비로소 글쓰기가 가능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세상이 변했습니다. 책상이 없어도, 심지어 글쓰기의 가장 기본 도구인 펜이나 노트 등이 없어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예전처럼 모든 하드웨어적인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글을 쓰는 시대는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만 있다면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대 변화의 추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요즘은 육필로 글을 쓰는 사람보다 노트북 혹은 스마트폰 등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환경이 열악해서 글을 쓸 수 없더라는 변명 아닌 변명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고 만 것입니다. 이상적이지 못한 환경에서도, 즉 주변 환경이 어떻건 간에 조금의 자투리 시간이라도 생긴다면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는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글은 반드시 앉아서 써야 했습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엎드려서 쓰는 정도에 국한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과연 어떻습니까? 앉아서 혹은 엎드려서 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누운 상태에서도 글쓰기가 가능하며, 습관만 들인다면 선 자세에서도, 심지어 걷는 동안에도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글을 쓰고 계신가요? 만약 글을 쓰고 싶지만 마음먹은 만큼 글을 쓰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상황에 맞는 글쓰기를 권유하고 싶습니다. 꼭 자신이 원하는 일정한 수준의 하드웨어가 모두 갖춰져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어쩌면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콘센트 시설만 갖추어져 있다면, 혹은 배터리에 충전만 되어 있다면, 그게 아니라고 해도 충전기를 연결한 상태로 전자기기를 펼쳐 들 수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글을 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은, 언제든 그리고 어디에서든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더는 도구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글을 쓸 수 있는 완벽한 시간대와 완벽한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