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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Apr 06. 2024

글을 쓴 사람의 마음

하루 중 어느 시간대건 간에 가장 솔직해진 제 자신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바로 글을 쓸 때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닌 데다, 아직 글 쓰는 실력이 형편없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 같은 경우엔 속에 있는 것과 다른 것을 글로 표현할 수가 없더군요. 다시 말해서 글을 쓰다 보면 본의 아니게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글쓰기는 어쩌면 아무도 없는 빈 집안에서 가볍게 옷을 걸친 채로 방바닥을 뒹구는 것과 같은지도 모릅니다.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아도 상관이 없습니다. 심지어 홀딱 벗고 있다 한들 문제 될 것도 없습니다. 누구의 눈치를 볼 일도 아니고, 제가 어떤 상태에 있든 타인을 의식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아무도 없으니 얘기를 나눌 사람도, 뭔가를 물어볼 사람도 있을 리 만무합니다.


게다가 많은 경우에 있어서 글쓰기는 샤워를 마친 뒤에 거울에 비친 제 알몸을 보는 것과도 같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저를 판단하는 사람들은 제 몸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예를 들어 어느 부위에 점이 있는지 따위는 알지 못합니다. 그건 저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대개 그런 결점들은 평소에는 옷에 가려져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샤워를 할 때에는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못난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 놓는 행위입니다.


그렇게 밖으로 꺼내 놓으면 본의 아니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혹은 아무도 볼 수 없다고 해도 우선은 최소한 제 자신은 보기 때문에 늘 거슬리곤 합니다. 봐도 그냥 보는 게 아닙니다. 자꾸만 뚫어지게 쳐다보게 되는 게 글쓰기입니다. 설령 글이 아주 잘 풀려 막힘없이 쓴 날에도 어떻게든 그 흠을 찾아내고 마는 게 바로 글쓰기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지만, 혼자서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 되는 게 바로 글쓰기라는 것입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건 물론 그 어느 누구도 관심조차 주지 않아도, 글을 쓴 사람은 지레 겁을 집어 먹습니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써놓아도 부족한 부분이 자꾸 보이는가 하면, 읽을 때마다 이전엔 찾아볼 수 없던 결점이 속속 드러나는 게 글이기 때문입니다. 즉, 아무리 잘 써도 형편없어 보이는 게 자신의 글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자기가 쓴 글을 읽고 정말 잘 썼다며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 제정신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은 누군가가 흉을 보거나 혹은 비난할 것이라고 믿는 것, 그건 글을 쓰는 사람이 보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 아닌가 싶습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글이라는 건 어떻게 쓰든 그 어느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비난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우리가 글을 쓸 때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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