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번째 글: 노인이 본 노인의 평균 연령은 70.3세, 그러나…….
노인이 본 노인의 평균 연령은 70.3세
일전에 어디에선가 요즘 70세의 나이는 한창이라는 얘길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70세라면 직장에서도 정년을 넘긴 나이라 따지고 보면 노인의 반열에 들긴 합니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그 나이가 결코 많은 나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만큼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가 하면, 실제로도 일흔에도 팔팔하게 거동하는 노인들을 쉽게 보곤 합니다. 여기에서 노인의 한자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노인을 한자로 적으면 '老人'이 됩니다. 이때 '老'는 늙었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제자 원리로 봐도 자식이 부모를 업어서 봉양하는 형상이라 스스로 거동하기가 힘든 시기를 늙었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과연 지금 누가 70세라는 나이에 자식이 업어서 봉양할 만큼 스스로 거동이 힘든 사람이 있던가요? 지병 때문에 몸에 무리가 온 게 아니라면, 자연적으로 맞이한 70세의 노인은 문자 그대로 봤을 때 결코 노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몇 살이 되면 자연스럽게 노인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방면에 있어서 조금의 식견도 없고 전문가도 아니지만, 요즘의 실정으로 보면 최소 8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자식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자식들 혹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그들의 부모가 혹은 조부모가 노인이 되는 시기를 비슷하게라도 생각하고 있을까요?
대략 3주 전에 제가 쓴 글에서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여기에서 다시 한번 옮겨 보겠습니다. 한 명문대학 신입생들에게 '당신은 당신의 부모님이 몇 살까지 사셨으면 좋겠습니까?'라는 똑같은 질문을 세 차례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세 번의 물음에는 각각 시간차를 두었습니다.
첫 번째로 10년 전에 실시한 설문입니다.
질문: 여러분의 부모님은 몇 살까지 사셨으면 좋겠습니까?
답변: 65세요.
이번에는 두 번째로 5년 전에 실시한 설문입니다.
질문: 여러분의 부모님은 몇 살까지 사셨으면 좋겠습니까?
답변: 63세요.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실시한 설문입니다.
질문: 여러분의 부모님은 몇 살까지 사셨으면 좋겠습니까?
답변: 60세요.
아무리 이건 그저 어느 한 대학교의 철없는 신입생의 답변이라며 일축하려고 해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아 보입니다. 몇 살까지 사셨으면 좋겠느냐는 말은, 이만하면 사실만큼 사셨으니 그쯤 하면 저 세상으로 가도 좋으리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죽음이 병사나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라면 당연히 노쇠로 인한 죽음에 해당할 것입니다. '노쇠', 즉 늙어서 쇠해지니 기력이 다해 죽었다는 얘기입니다. 기껏 쌔가 빠지게 키우고 교육까지 시켜 소위 명문대라는 곳을 보내놨더니 60세가 되면 '이제 갈 때가 되지 않았나요?' 하는 식입니다.
일반화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노인이 보는 노인의 연령과 자식 혹은 손자 세대가 보는 노인의 연령은 사뭇 차이가 커 보입니다. 최소한 70.3세, 즉 70세가 지난 후 100일 정도는 되어야 노인이라며 정작 노인들은 생각하지만, 자식 혹은 손자들은 60세만 되어도 이제 사실만큼 사셨으니 그만 가셔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17년이나 남았네, 하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소 희망에 젖어 있던 제가 이제 그러면 노인이 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7년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