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
삼백 두 번째 글: '소확행 함정'의 글에 이어......
저도 물론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십니다. 때로는 글 쓴다는 핑계로 커피 전문매장에 죽치고 앉아 제 분에 넘치는 그 비싼 커피를 사서 마시기도 합니다.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은 하지 않더라도 저 또한 카카오톡 등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하다 못해 이곳에 글을 남기며 댓글을 주고받거나 제 글에 라이킷이 남겨진 것을 확인하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무슨 소확행을 찾는 것은 이르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것이야말로 이율배반적인 행위가 아닐까요?
저는 대략 30세가 되던 무렵부터 제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무려 2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의 그 탐색에 과연 소기의 성과가 있었을까요? 부끄럽게도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그동안 저는 뭘 하면서 산 걸까요?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으니 그 세월이 저에게 아무 의미도 주지 않았다면, 제 삶의 전반을 깡그리 부정하는 것과 같은 셈입니다. 언제쯤 혹은 어디쯤에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저의 참모습을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 세월은 저를 조금은 더 가까운 곳에 데려다 놓았을 거라고 믿고 싶을 뿐입니다.
다만 23년 동안 이것 하나는 확실히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많은 것들 중에서 제가 책 읽기와 글쓰기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더 추가한다면 글쓰기에 그다지 소질이 있는 것 같진 않다는 것입니다. 뭐, 그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상태에서 글을 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소질이 없어도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겐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뭘 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여전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쉰셋이나 나이를 먹은 지금까지도 그 길을 못 찾았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통해 제가 뭘 이루려고 하는지를 모릅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왜 글을 쓰는지조차도 망각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 데다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문득 언제쯤이면 제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차피 둘 중의 하나입니다. 찾을 수도 있고, 못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그렇게 오랫동안 헤맸는데도 제 자신을 찾지 못한다면,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물론 이 탐색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겐 소확행보다 제 자신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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