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Apr 05. 2024

마음을 곱게 써야…….

이유는 모르지만, 제 카톡엔 제 생일이 양력으로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쇠는 생일은 제 나이대라면 으레 음력이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어쨌거나 그래서 얼마 전 양력으로 주변 사람들이 제 생일을 축하한다며 각종 기프티카드나 도서교환권 등을 주었습니다. 이미 제 머릿속에선 제 생일이 지난 셈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정작 제 진짜 생일은 내일이라고 하더군요. 3월과 4월 정도는 학교에선 정신이 없는 시간입니다. 늘 바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음력으로 해 먹는 진짜 생일이 내일이란 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집에 오니 아내가 제게 축하한다며, 내일 서울 가서 커피라도 한 잔 하라며 5만 원을 주었습니다. 어쨌건 간에 제게는 생각지도 못했던 큰돈이었습니다. 미처 생일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으니까요.


사실은 그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내일 제가 혼자 서울을 가게 되어 은근히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아내와 제가 성격이 맞지 않아 같이 다니는 걸 서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우리 두 사람은 각자가 알아서 혼자 여행을 다니는 편인데, 그래도 미안하긴 미안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오자마자 제가 아내에게 10만 원을 주면서, 제가 서울을 다녀온 다음날인 일요일에 혼자 바람이라도 쐬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제 생일 얘기를 꺼내더군요.


솔직히 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아내가 제 속을 좀 많이 긁었거든요. 그래도 도의적으로 양심에 찔렸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몇 번이고 생각한 끝에 제가 준비한 그 많지 않은 돈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돈이라고는 해도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저에겐 10만 원이라는 돈은 그리 적은 돈은 아니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작은 마음이라도 표현한 것 같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던 생일에, 보너스까지 생겼으니 몇 번이나 생각해 봐도 금일봉을 준 건 잘한 것 같았습니다.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모처럼 만에 좋게 마음을 쓴 것 같아 서울로 가는 발걸음이 그만큼 가벼워진 듯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에 젖은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