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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10. 2024

새 술, 헌 술

2024년 4월 10일 수요일, 흐림


방금 전까지 개표 방송을 보다가 잠시 밖으로 나왔다. 이 순간에 개표 상황을 가장 절망적으로 지켜보고 있을 사람들이 따로 있겠지만, 나 또한 그 마음은 같았다. 물론 이유는 다르다. 파란색 133곳, 빨간색 110곳 그리고 그 외 4곳,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당별 득표 현화이다. 역시 이번에도 우린 색깔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쯤 되면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이 기를 쓰고 빨간색 혹은 파란색 점퍼를 입으려는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맞다. 누구든 그러할 테지만, 오늘 내 앞에 놓인 술이 새 술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것이 담길 부대는 새 부대라고 믿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보나 마나 이번에도 헌 부대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안에 담긴 술은 역시 헌 술인 셈이다.


왜 매번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까? 왜 우린 이것 아니면 저것밖에 없을까?


어쨌거나 이것 하나만큼은 명확한 사실이겠다. 국민이 똑똑하든 혹은 그렇지 못하든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그 천심이 틀렸다고 말하겠지만, 설령 틀린 민심이라고 해도 거스를 수는 없다. 결과를 깨끗하게 승복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그 많은 헌 술들 중에서 누가 새 술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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