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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14. 2024

화창한 일요일

2024년 4월 14일 일요일, 맑음


내 기억이 맞다면 참 오랜만에 맑은 하루였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하늘을 보며 살고 있으니 영 틀린 말은 아닐 테다. 그래도 분명 맑은 날이 오늘만 있던 건 아니었을 텐데, 어쨌건 간에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제일 싫어하는 비가 한동안 오지 않고 있다는 것, 사족 하나면 덧붙이자면 다음 주 수요일과 목요일은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정도겠다. 수요일은 운동장에서 작은 운동회가 있고, 다음 날인 목요일은 상주로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운동회는 그렇다고 쳐도 현장체험학습 때에는 꼭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


반팔을 입고 나왔는데도 조금은 덥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날씨가 화창하기 그지없다. 이런 날은 밖으로 나가야지 왜 집에 있냐며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모르겠다. 천성이 게으른 탓이 크겠지만, 어딘가로 나다니는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내게 뭐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만, 가족들과 함께 어딘가로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손바닥 하나로 소리 날 리가 없다.


네 식구의 MBTI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어딘가로 한 번이라도 나가보면 금세 마음이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쎄, 피곤해진다는 말로 표현을 해야 할까? 한 번 나가보고 나면 웬만해선 다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건 나도, 내 아내도 공통적으로 갖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가 알아서 혼자 다니는 걸 선호한다. 각자가 어디로 쏘다니든 궁금해하지도 않고 가급적이면 어딜 갔다 왔느냐는 말도 하지 않는다. 시쳇말로 쿨한 척하면서 신경 따위는 쓰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고나 할까?


이렇게 날씨가 화창한 날에도 서로에게 묻지 않는다. 어딜 가고 싶은 데가 없냐고, 아니면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그렇게 하면서 어떻게 같이 사느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사람의 삶의 모습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도 하나의 인생, 그저 자기 팔 자기가 열심히 흔들면서 살면 그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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