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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15. 2024

아직도 극복을 못한 건가?

2024년 4월 15일 월요일, 흐림


일거리가 좀 있어서 마무리를 하고 나오느라 버스를 2대나 보내고 말았다. 그때 나서더라도 족히 40분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어떤 게 효율적인 건지 고심해 보다 어차피 늦은 김에 저녁까지 해결하고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인이 추천해 준 식당에 가서 가장 잘한다는 메뉴를 시켰다. 가격대비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아, 이런 것이 작은 행복이구나, 하며 기분 좋게 식당문을 나섰다. 시계를 보니 그때 바로 버스정류장에 가도 꼬박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할 상황, 인근 커피숍에 들러 바닐라 라떼나 한 잔 하고 나오면 얼추 시간이 들어맞을 것 같았다.


평소에 거리낌 없이 다니곤 했던 터라 너무 마음을 놓았던 것이 문제였을까? 커피숍에 들어가기 직전 우리 학교 체육복을 입은 한 남자아이가 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와! 난쟁이 쌤이다!"

얼핏 봤을 때 2~3학년쯤으로 보인 아이였다. 분명한 건 학교 체육복을 입었으니 우리 학교 학생이 틀림없었다. 그때 옆에서 키득키득 웃던 성인 여자가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오며 가며 얼굴을 몇 번인가 마주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그 아이의 엄마가 맞다면 학부모라는 소리다. 한 5초쯤인가 웃는 것 같더니 이내 그 무례한 아이의 손목을 잡아채고는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고 했다.


혼자서 뭐라고 구시렁대는 것 같았지만, 그게 귀에 들어올 리는 없다.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해 버렸다. 누군가는 쉽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애가 한 얘기에 뭘 그리 민감하게 구냐고 말이다.


학창 시절에 키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 키를 반올림하면 161cm다. 나보고 키가 작다고 놀리는 건 이해가 되지만,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해도 난쟁이라고 하면 없던 화도 치솟아 오른다. 그렇다고 학교 근처에서 무턱대고 화를 낼 순 없는 노릇이다. 그것도 열 살 남짓한 아이를 상대로 말이다. 그래 봤자 누워서 침 뱉기다.  


도대체 어떤 놈인가 싶어 그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고 고개를 돌리다 이내 멈춰야 했다. 자칫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가 한 마디 한 걸 갖고, 명색이 선생이란 사람이 아이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더라는 말이 퍼질까 싶어 내심 두려웠기 때문이다.


충분히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것 하나 극복 못한 건가 싶었다. 그 많은 책을 읽고 그 많은 글을 써왔는데도 여전히 제자리라면 과연 난 그동안 뭘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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