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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13. 2024

30년 지기와의 만남

2024년 4월 13일 토요일, 흐림


오늘 하루를 밍밍하게 그냥 보내고 말았다.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늘어지게 잔 것도 아닌데 어영부영하다 시간만 훌쩍 가 버렸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모를 리 없는데도, 또 이렇게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저녁이 되었다.


방금 전 30년 지기가 동네에 다녀갔다. 살아가는 이런저런 얘기, 나이도 같고 그 긴 시간을 함께 해왔으니 척하면 척이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만하고, 서로에게 소소한 힘이 되곤 한다. 그냥 요즘 입만 열면 그런 얘기를 한다. 우리가 이렇게나 나이를 먹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이다. 하긴 그걸 알고 있었다면 지금까지처럼 살아왔을까?


맞다. 시간이 쏜살같이 날아가는 게 아니라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녀석을 처음 알게 된 1994년 3월, 그때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그저 앵무새처럼 매번 하나 마나 한 소리만 되풀이할 뿐이다. 평생을 같이 하기로 약속한 셋 중 한 녀석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떠나고 둘밖에 안 남아 그런지 서로 볼 일이 지극히 적은 편이지만, 한 달에 두어 번은 어떤 식으로든 꼭 만나는 녀석이다.


뭐, 그러고 보면 오늘 하루를 그저 맹하게 날린 건 아닌 것 같다. 그 녀석과 함께 네다섯 시간을 보냈으니, 어쩌면 이것 만으로도 오늘 하루의 보람이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문득 멀어져 가는 녀석의 차 뒤꽁무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과연 앞으로 몇 년을 더 저 녀석과 함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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