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튜버가 올려놓은 영상 하나를 봤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들의 인터뷰나 공개 강연 등에서 그들이 사람들에게 한 말을 편집한 것으로 일종의 동기부여 영상인 것입니다. 최소한 한 분야에서 일정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한 말을 모아 놨으니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꽤 흥미 있게 볼 만한 그런 영상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 농구선수 서장훈 씨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처음에 그가 은퇴한 뒤에 방송계에 발을 들였을 때, 전 그가 제2의 강호동을 꿈꾸는 그런 사람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후 그의 행적을 보면 분명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수백 억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근면검소한 그의 생활 태도는 지금처럼 무절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의 이목을 끈 건 그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즐기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서장훈 씨의 이 말이 제게 깊이 각인된 이유는, 그가 일반적인 상식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이렇게 말합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그는 단 한 마디로 이 말을 부정해 버립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하는 말은 얼토당토않은 말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취미로 뭔가를 하려고 할 때에는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따라갈 수 없는 게 맞지만, 적어도 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려거나 특히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한 그런 자리에 오르려면 노력하는 것 외엔 그 어떤 방법도 없다고 했습니다.쉽게 말해서 뭔가를 즐긴답시고 설렁설렁 했다가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서장훈 씨의 말을 글쓰기에 적용해 볼까 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은 즐기기만 해도 충분히 어느 정도의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써서 작가가 되려고 하거나 그 이상의 성취를 얻으려면 즐기기만 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매일 글을 씁니다. 냉정하게 진단해 보자면 제 글쓰기는 즐기는 단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전 단계에서 상위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뭔가 하나의 방지턱을 넘어서야 하는데, 그러기엔 요원해 보입니다. 어쩌면 저의 글이 눈에 띌 만한 발전이 없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즉 여전히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아직 8%밖에 해내지 못한 1000일 글쓰기 도전을 잊지 않고 이어간다고 해서 그 노력이 충분하지는 않을 겁니다. 너무도 식상한 말이긴 하나 뼈를 깎는 고행이 뒤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