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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16. 2024

타인의 고통

0674

인간은 타자의 고통에 온전히 가 닿을 수 있을까.


이건 감수성의 문제.


내가 감각한 적 없는 것들에 대한 적극적 감각.


소설을 읽는다.


꾸며진 이야기로 가득한 활자에서 타인의 고통을 학습한다.


그의 고통은 물거품으로 사라지지만 나의 가슴에는 저릿하게 남아 있다.


시를 읽는다.


한 편의 시가 나를 관통하고 지나간다.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긴다.


첫인상은 고약했으나 끝인상은 진득하다.


그 자리에 나의 이야기를 포갠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 개입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음에 한탄한 적이 있다.


무수한 매체로 타인의 고통을 직관하는 시대다.


고통이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게 한다.


이를 묵도한 이들은 하나같이 무력감에 젖는다.


타인의 고통은 갈수록 판타지로 분류되고 있다.


한 걸음도 가까이 가서 만져볼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이미지들이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탓이다.


문학은 타인의 고통을 적어도 외면하지 않게 하는 대안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에 고전이 잘 읽히지 않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는 태도가 빈약한 이유에서일게다.


유행어 같은 소통이라는 것 또한 결국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 적극적인 능력에 다름 아니다.


타인에 대해 공감하기를 기피하기에 소통은 고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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