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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17. 2024

글 쓴다는 것

삼백 열여덟 번째 글: 귀가 두 개, 입이 하나인 게 다행

아침에 일어나면 저는 습관적으로 글을 씁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무슨 거창한 의식이라도 치르는 듯 그렇게 글쓰기에 빠져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스운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제게 글을 쓰라고 시킨 적이 없습니다, 시쳇말로 글을 쓴다고 해서 떡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듯한 어떤 결과가 생기지도 않습니다. 왜 그렇다면 이렇게도 글쓰기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과연 제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쓰게 됩니다. 할 말이 없다는 뜻은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게 없다는 뜻입니다. 뒤집어 말한다면 생각거리가 생기면 할 말이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라면 그 어떤 이도 타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에만 매달려 있는 형국입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생기게 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는데, 마음속에 쌓아 둔 말이 너무도 많다 보니 결국은 이를 쏟아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는 이런 점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말이라는 건 들을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말을 품고 있어도 할 수 없지만, 글은 그냥 써놓기만 하면 됩니다. 심지어 온라인상에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만 굳센 편이라면 굳이 읽을 사람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설령 아무도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글을 써서 올릴 수 있습니다. 비록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도 못 했지만, 그런 마음을 담아 쓴 글이니 어느 정도는 그 욕망을 해소한 셈입니다.


그래서 제게 글쓰기는 광장에서 목놓아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 많을 때든 아무도 없든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언제나 전 그 광장에 서 있습니다. 어떤 정해진 형식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해선 안 되는 말과 해도 될 말을 가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외치기만 하면 됩니다. 그 어느 누군가는 제 말을 들을 테고, 아무도 없을 때에도 저의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누군가가 왔을 때 그의 귀로 전달될 것입니다.


저의 글이 광장에, 즉 이곳에 언제든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건, 제게 글을 쓰는 행위를 거부할 수 없게 합니다. 혼자 몰래 들어와 어떻게든 저의 흔적을 남기고 갑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저의 글을 읽을 것입니다. 설령 아무도 읽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언젠가는 누구라도 읽을 테고, 제 글을 읽고 미소 짓는 제가 있으니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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