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Apr 17. 2024

소운동회

2024년 4월 17일 수요일, 맑음


황사 경보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운동장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그냥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요즘 학부모들은 극성스럽기 그지없다. 자기 자식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공식적으로 학부모를 초청하지 않은 자체 소운동회였는데도 불구하고, 담장 밖에서 옹기종기 붙어 무려 세 시간 넘게 구경하다 갔다. 작년보다는 수가 적었지만, 족히 칠팔십 명은 되어 보였다.


학교 운동장은 푹 꺼진 지형 속에 있고, 담장 쪽은 언덕 위에 있었으니 시쳇말로 뷰는 좋았을 터였다. 뭘 하든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구조였으니 말이다. 열띤 응원전, 끊임없는 박수와 환호성, 다리도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꿋꿋이 볼 거 다 보고 자리를 떴다.


진심으로 그들에게도 고생이 많으셨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을 정도였다. 속된 말로 자식이 하나이니 그런 극성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가 하나뿐인 집은 그리 많지 않다. 보통 두 명, 더러 셋이나 되는 집도 제법 있다. 그렇다면 자식의 수에 관계없이 그냥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한 것이다. 공식적인 초청이 있다면 어땠을지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아무튼 연이은 행사 중 첫 번째였던 소운동회가 무탈하게 끝났다. 이제 내일 현장체험학습만 남았다.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는 만큼 더욱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 얼른 집에 가서 기절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 개의 행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