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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20. 2024

조용한 주말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비


이런 주말을 나는 평소에 원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주변이 고요하다.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네 할 일은 다 했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없다. 왜 쉬고 있느냐며 묻는 사람도 없다. 각자가 조용히 자기 방 안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뭔가 요란하고 굵직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것이 주말의 힘이 아니겠나 싶다. 너무 무리해서 시간을 보내면 그 여파가 다음 주 평일에까지 미치게 된다. 그냥 조용히 보내는 게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다행스럽게도 애들이 다 커서 더는 어딜 가자고 졸라대는 일도 없다. 어느덧 22살, 19살이 된 아이들은 어딜 가더라도 제 부모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을 선호할 나이다. 요즘의 우리 아이들을 보면 종종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슬슬 부모의 품을 떠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으니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가려고 할 때는 미련 없이 보내야 한다. 이것저것 같이 고민할 의무는 있다고 해도 아이들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막을 권리는 없다. 세상에 가장 못난 부모 중의 하나가 자식이 가는 앞길을 막는 사람일 테다.


언제 저만큼 컸나 생각해 보니 모든 일이 꿈만 같다. 마치 조용한 지금의 이 시간을 혼자 누리고 있는 게 믿기지 않는 것처럼, 순식간에 흘러가 버린 20여 년의 세월 자체가 꿈만 같을 뿐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이들에 치여 언제쯤이면 주말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보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물론 이젠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다. 지금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주말을 보낼 수 있다. 그 오래전 어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었다. 세월 퍼뜩, 하며 지나간다고 했다. 우스운 것은 그 말을 요즘은 내가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에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게 결국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볼 만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건 어쩌면 조금은 더 살아봐야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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