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연주회
삼백 스물세 번째 글: 권리만 외칠 게 아니라…….
어제 본교에서 '소리 향상 음악회'라는 작은 자체 연주회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반 아이들이 참여하는 행사인 데다, 학부모까지 공식적으로 초청한 입장이니, 저 역시 도의적인 의미에서 관람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오케스트라 업무 보조로 지정된 선생님 한 분 외에는 그 어떤 선생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까요?
요즘 같은 시대엔 한쪽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 아무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국은 어딜 가서든 꼰대 취급을 받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그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만, 어제 행사장에서 받은 느낌은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려운 정도였습니다. 오며 가며 들리는 말로는, 아이들은 이렇게 밤늦게 남아서 연주하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라는 사람들은 어디 갔느냐는 말도 들렸습니다. 물론 그 학부모들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의 말에도 생각해 볼 여지는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도 요즘은 가면 갈수록 오후 4시 반까지만 선생님이길 원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감히 말하건대 그런 입장을 고수한다는 것은 선생님이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를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 열린 행사는 세 가지 측면에서 본교의 선생님들이 참여해야 마땅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첫째, 우리가 맡은 아이들이 적게는 두 명에서 많게는 일고여덟 명까지 참석하는 행사라는 점입니다. 둘째, 공식적으로 학부모를 초청한 행사라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행사장이 어디 먼 곳도 아닌 본교 강당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음악회에 오지 않은 그들에게 왜 안 왔냐고 하면 분명히 일과 시간 후에 잡힌 행사라서 굳이 참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일과 시간 중에는 철저히 선생님이 되었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 생각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어찌 딱 정해진 것만 하고 살겠습니까? 어제 같은 경우에 비록 일과 시간을 넘긴 했어도 반 아이들이 참여하는 행사에 관람하고, 아이들을 응원하고, 그렇게 만난 학부모님과의 작은 소통의 기회를 갖는 것, 만약 그것을 두고 우리의 의무가 아니냐고 말한다면 과연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저에게 뭐라고 말할까요?
그냥 어젯밤은 이 생각만 났습니다. 자꾸 권리만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