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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pr 25. 2024

극한 기다림

애끓음에 타다 사라짐

어쩌면 끝까지 타버려 사라지는 극한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그런 희열을 아무 데서나 퍼올리는 습관은 내 학생을 마주하고서도 여전하다.


제발 그때만은 아니기를 바라며 보낸 선택지 중에서 딱, 아니기를 바랐던 그때가 선택되어 온다. 크게 웃는다. 하지만, 정해지는 시간에 따라 그다음을 하나씩 꿰면 된다. 문제가 생기면 변화를 주면 되고 변화를 타다 보면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금요일 오전 10시 중앙학술도서관'


단, 20분을 위해 한 시간 반의 자유가 길 위에 펼쳐지리라. 학생이 앉을 그 자리와 시간을 중심으로 가능한 나의 시간과 공간 배치를 한다. 모험의 시작이다. 뜨겁게, 나의 좌뇌 우뇌가 작동한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서로 휘돌아 하나가 되는 시간이 좋다.


'오, 저수지 좋다.' 일단 사진으로만 바라보는 분위기도 좋다. '순두부, 황태미역국도 좋아.' 떠날 길을 고르다가 납작한 사진들을 보며 입체 공간을 지어본다.


오늘 한 시간 일찍 마치는 날이다.


그 한 시간을 위해 갈 곳, 잘 곳, 쉴 곳을 확장한다. 나는 떠난다. 여명이어도 좋고 숲이어도 좋고 물이어도 좋다. 모두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로 향하겠다.


갑작스럽게 닥친 새로움을 화라락 풀어헤쳐, 나만의 상상으로 곳곳을 채우면서 현실을 시험하는 시간들이 즐겁다.


오늘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일찍 오기로 한 아이가 시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단 1분도 늦지 않게 바쁜 버전의 나를 정리하고 길을 향해 돌진하기를 바란다. 방향이 북쪽이 되었든 남쪽이 되었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기다리기로 한다. 마음은 딱 한 순간에 정해지는 것이다. 불안은 딱 한순간에 정리되는 것이다.


새벽의 물안개를 상상한다.

저수지라는 장소가 정겹다.

일출 전 숲 길을 서성인다.

낯선 기억을 물끄러미 본다.

돌아오는 길, 습관으로 귀환

그렇게 과거가 될 기쁨이다.


이런 상상의 오늘이다. 일단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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