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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을 읽어 드립니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들의 의미들이 낱낱이 드러나 새 단장을 하지요.
그동안 외면했던 고운 단어들은 어찌나 무수하고 풍성하던지요.
먼지 앉은 단어들을 씻고 삶아서 하나씩 꼭꼭 씹어 먹어요.
소리 내어 읽으면 식도를 타고 위장을 지나 한 단어씩 부지런히 소화되어 내 세포로 전달됩니다.
이미 지겹도록 사용한 언어들은 잠시 반납하거나 다시 광을 내기 위해 본뜻을 곱씹어 봅니다.
사전 속의 예문들은 하나같이 흥미로워요.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문장들이니 얼마나 고심했겠어요.
저는 그것을 모두 바꾸어 만들어 읽어요.
그 재미가 얼마나 솔솔 하던지요.
하나하나 읽다 보면 내 감정이 얼마나 빈약했는지 알게 되지요.
더 많은 감정을 가지고 싶을 때에는 국어사전에서 감정을 나타내는 우리말을 찾아 소리 내어 읽어요.
내 메마른 감정들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국어사전만 한 장난감을 아직 찾지 못했어요.
그중에서 한 가지만 소개할게요.
국어사전으로 하는 끝말잇기예요.
사람과 하는 것과 달리 사전과 하는 끝말잇기는 독특한 즐거움이 있어요.
우리말이기 때문에 우리말을 더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알고 있어도 오해가 묻은 우리말들이 있으면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에도 조금 아쉬움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국어사전과 놀다가 피곤해지면 국어사전을 베고 낮잠을 자도 좋아요.
꿀잠으로 이끄는 베개는 국어사전만 한 것이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