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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23. 2024

드러누운 새

0681

지금을 잘 인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여기에 잘 존재할 수 있다면 얼마나 평화로울까.


지금 밖의 시간들이 흘러넘쳐 위태로워진다.

여기 너머 공간들이 소외시켜 어지러워진다.


지금을 다루지도 못하면서 영원을 꿈꾸고

여기에 머물지도 못하기에 천하를 헤맨다.


숨은 지금을 겪는 이유이고

쉼은 여기를 딛는 까닭이다.


미칠 줄도 모르면 멈출 수도 없으며

멈출 줄도 모르면 미칠 수도 없기에


걷다가 돌아보다가 주저앉아 웃는다

뛰다가 넘어지다가 주저앉아 울듯이


하루종일 날다가 지쳐 드러누운 새를 본 적이 있다.


코고는 소리는 천하를 호령하고

잠꼬대 소리는 비행을 잠재운다.



푸드덕 푸드덕


멈춘 날개짓은 처음의 시동에 대한 관성이 절실하다고 절규하는 듯하다.


새는 허공에서 구름을 베고 자는데

지상에서는 대지의 팔베개를 구하지 못해 목놓아 운다.


꺼이꺼이


새는 함부로 잠자리를 노출하지 않는다.

마치 상어가 부레없음을 숨기려 하듯이


숨기는 것은 잊으려는 것의 다름 아니고

가리는 것은 강해지는 것의 다름 아니다.


드러내기 위해 드러눕는 것을 새는 안다.

그래서 새의 등보다 배가 밝은 색을 띤다


가장 빛나는 순간에

가장 밝은 부위를 드러내고 죽을 줄 아는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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