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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25. 2024

남자들의 얘기

2024년 4월 25일 목요일, 맑음


날이 참 화창한 하루였다. 몇 의 남선생님들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구 얘기가 나왔다. 내가 사는 지역을 연고지로 한 프로야구팀이 요즘 승승장구하고 있어 얘깃거리가 많았다. 이어 곧 있을 교직원 배구 대회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본교의 배구 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이고, 관내 팀 대항에서 우승을 하려면 반드시 이겨야 할 팀이 거론되었다. 우리가 무슨 배구 선수도 아닌데 왜 저리 호들갑을 떠나 싶었지만, 굳이 내색을 하진 않았다. 나이 들어 별나게 굴면 가차 없이 따돌림을 당하는 사회다.


거기까지는 그나마 들어줄 만했는데, 그놈의 골프 얘기가 나왔다. 어찌 안 나오나 싶었다. 오죽하면 서서 하는 것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게 골프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인지 요즘은 모였다 하면 골프 얘기다. 채 한 번 잡아본 적 없고, 죽을 때까지 골프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게 철칙인 나로선 끼어들 여지가 없다. 슬그머니 자리를 뜰까 하다가 타이밍이 묘해서 그냥 자리를 지키고 섰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어느 누구 하나 요즘 어떤 책이 재미있냐는 말을 하진 않는다. 혼자서 책을 읽는지 안 읽는지는 몰라도, 생각 없이 책 얘기를 꺼내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하물며 글쓰기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람은 지금껏 만나본 적이 없다. 그리 보면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그것이 바로 감각적인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감각에만 치중해 산다면 어떻게 될까?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내가 그들을 함부로 속단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걸 다 감안한다고 해도 요즘 젊은 남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왜 이렇게 허망한 마음이 들까?


누구의 삶이 더 바람직하다거나 더 낫다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해도, 오늘 낮에 대화를 나눈 그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사람의 운명이라고 해도, 아무리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 모든 게 무상하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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