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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26. 2024

주말을 제대로 느끼기

2024년 4월 26일 금요일, 흐림


늘 하던 말이 또 목구멍을 통과하기 일보 직전이다. 거짓말처럼 다시 금요일이 왔다고 말이다. 게다가 공식적인 하루 일과도 끝이 났다. 그건 곧 지금부터 주어진 시간은 오롯이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완벽히 주말이라는 그 시스템 속으로 돌입했다는 얘기다.


사실 아이들이 커가던 시절엔 주말을 누릴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돌본 기억도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적인 부담감까지 떨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젠 아이들도 클 만큼 컸다. 그래서일까, 요즘의 주말은 내게 꽤 길고 편안한 휴식이 허락된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흠이 있다면 혼자 가야 한다는 것. 물론 그것도 이젠 충분히 익숙해졌다.


이러다 10여 년 정도가 지나서 아이들이 완전히 독립하고 나면 지금보다 더 무한한 자유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나보다 연배가 더 든 사람들이 줄곧 그런 말을 했다. 부부가 비로소 자유를 느끼고, 새록새록 정을 쌓아갈 수 있는 때가 지금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두 사람 사이의 정만 돈독하다면 둘이 손 잡고 어디로든 다닐 수 있는 때이지만, 그러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각자 혼자 다니는 게 너무 편하고 익숙해진 지금, 함께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뭐, 어쩔 것인가? 아쉽더라도 처해진 여건에 맞춰 사는 수밖에 없다.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 일단은 그냥 집에서 쉴 생각이다. 꼭 뭔가 대단한 걸 해야 재충전이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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