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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pr 24. 2024

마지막 수요일

2024년 4월 24일 수요일, 흐림


오늘은 4월 들어 마지막으로 맞는 수요일이다. 무슨 입버릇처럼 늘 하는 말이 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줄 몰랐다고 말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보다 더 명확해졌다. 어떤 상황이든, 언제든, 어디에서든 나의 의지나 바람과는 상관없이 시간은 늘 똑같은 속도로 흘러갈 뿐이다. 다만 애꿎은 시간만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 뿐이다. 언제나처럼 항상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큼 내가 깨어있지 못하다는 뜻일 테다. 아무런 생각이나 판단을 하고 있지 않으면 아마도 조만간 며칠 안 되어 5월의 마지막 수요일을 보내는 느낌을 또 한 편의 일기로 적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오늘 내게 있어서 그다지 특별한 일은 없었다. 아이들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고, 남은 시간에 동학년 연구실에서 커피 한 잔을 했으며, 오후에 있을 특별한 일정에 대한 약간의 마음속의 계산만 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이다. 아무리 내가 원한다고 해도 때가 되지 않으면 사과가 땅에 떨어질 리는 없는 것이다.


때마침 외부 기관에서 학교예술교육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무용 수업이 교실에서 실시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파견된 무용 전공자 강사가 와서 수업을 하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교실이 비워 드렸다. 몸으로 직접 뛰고 하는 수업이다 보니 생각보다도 아이들이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점점 이런 시간들이 늘어나야 하지만, 학교에서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세월이 그만큼 흐르고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도 전통적인 교과 수업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다 소화해 내지 못할 만큼 교과서만 두꺼워질 뿐이다.


화장실을 갔다 슬쩍 출입문에 부착된 작은 유리창을 통해 아이들이 뭐 하는지를 지켜봤다. 인간 기차라고 해야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이들이 기관차에 해당하는 아이를 만나면 가위바위보를 한다. 이긴 아이는 더 긴 객차를 달게 되지만, 진 아이는 졸지에 기관차와 모든 객차가 이긴 쪽의 꼬리로 가 또 다른 객차들이 되는 놀이다. 저러니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수업이다. 언제쯤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업만 하는 학교가 될 수 있을까?


마지막 수요일,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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